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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0. 2022

결혼 10주년 기념품과 입사 20주년 기념품

결혼 10주년 기념품과 입사 20주년 기념품

   2022


1974년 3월 23일은 나의 결혼식 날.

나는 삼척 태생이고 삼척화력발전소에 근무하던 중에, 부산 태생인 아내의 고향 부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28살에 결혼하고 6년 후에는 딸-아들-아들을 낳았고, 삼척화력발전소-영동화력발전소를 거쳐 보령화력발전소에 근무하고 있던 중에, 친구 봉선으로부터 뜻 깊은 선물을 받았다.

 노래 악보를 스테인리스 판에 새겨 그것을 상패처럼 만든 것으로, 오늘도 이를 간직하고 있다.


그대 사랑 영원하리라


그대를 사랑하며 그대를 미워하며

그대 사랑 변함없는 사랑이었네 

변함없는 사랑이었네

아침이슬 꽃잎위에 영롱하고 저녁노을 

찬란한데 

비바람 눈보라가 몰아쳐도 그대 사랑 
 영원하리라


이 가사는 참 아름다운 시다.

詩일뿐 아니라 세계 사람들이 결혼기념일에 부를 축가로도 손색이 없다. 멋진 곡이다.

봉선은 수필가인만큼 글도 대단히 잘 쓰지만, 음악에 대한 감각과 조예도 빼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어, 기타도 잘 치고, 영화음악 등에도 해박하여, 그가 신나게 그런 얘기를 할 때면 나는 까만 무식쟁이가 되고 만다.


아내를 사랑하여 결혼하고, 그럼에 미워한 날이 왜 없었겠는가 마는, 그래도 그렇게 사는 동안 큰 비바람 눈보라가 몰아친 일은 없었던 것 같으니, 변함없는 사랑으로 이른바 평탄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정성이 담뿍 담긴 이 노래 악보 상패를 볼 때마다, “아내와 다투거나 싸우지 말아야지” 라고 마음에 다짐을 한다.

내가 악보를 못 읽는다고, 봉선이 그 큰 입과 독특한 음색을 가진 목소리로 직접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러서 녹음한 테이프까지 보내주어서, 나도 이 노래를 부를 수 있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야, 드디어 외우기까지 한다.

친구 부부의 고마운 마음에 힘입어, 오늘도 읏쌰!

힘차게 사랑하고 힘차게 미워하자.


1987년 11월 20일.

한국전력에 입사한 지 20년 되던 날. 

한 날 한 시에 한국전력에 입사한 동기생들이 우리학교 기계과 같은 반에서만 열 명이 넘었다. 영월화력발전소에 발령받은 친구도 있고, 나처럼 삼척화력에 발령받은 친구도 있다.

입사 20주년이 되던 날을 기념하여, 벼루의 산지 보령에 살 때라서, 오석으로 특별히 뚜껑이 있는 작은 벼루 두 개를 만들어 봉선과 나눠 가졌다. 

 붓글씨를 쓸 일은 없었지만, 아직도 잘 간직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정년퇴직 6개월 전에 명예 퇴직했는데, 모두 14명 중 서너 명이 정년퇴직을 했고, 나머지는 일찍 또는 늦게 퇴직하여 다른 직장으로 갔다. 그 동안 미국에 두 명 이민을 가고, 친구 한 명은 총각 때 잃었지만, 나머지는 국내에서 다들 각자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친구들이다.


결혼 10주년 기념품과 입사 20주년 기념품.

결혼 기념일마다 불러보는 저 노래, 입사기념일마다 만져보는 저 벼루.

저 물건들이 얼마나 보배로운지 알 수 없을 만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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