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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5. 2022

중국 무릉원 장가계 여행기

중국 무릉원 장가계 여행기

 

일정

  2014.8.22~27 (5박6일) 총 15명, 롯데관광, 현지가이드 최해민


人生不到張家界 (인생부도장가계) 사람이 장가계에 와보지 않고서

百歲豈能稱老翁 (백세기능칭노옹) 백 살을 먹은 들 어찌 노인이라 부르리


무릉원 장가계? 무릉도원? 

사실 나는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무릉(武陵)동에서 태어났고, 웃 동네 이름은 도원(桃源)이다.

사람들이 왜 무릉도원을 이상향이라 부르는지 내용을 모르니 계속 의아해하다가, 환갑이 넘어서야 겨우 나만의 이치를 깨우쳤다.

 “무릉이란 힘이 세다는 뜻으로서, 자신을 지킬 힘이 있는 자 만이 도원에서 살 자격이 있는 것”이라고.

 그런데 세계적으로 무릉도원이 이상향이라고 하는데, 도원이야 뭐 복숭아 꽃피고 신선이 먹는다는 선도(仙桃)가 열리는 낙원일 거라는 짐작은 했지만, 무릉은 무슨 뜻을 가진 곳인데, 왜 호반무(武)에 언덕릉(陵)자를 쓰는 건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하며 살았다. 

 그런데 우연히 장가계에 여행을 가니, 그곳은 무릉원(武陵源) 장가계라고 큰 간판이 걸려있어, 깜짝 놀랬다. 

장가계에 웬 무릉이? 그럼 도원은 따로 있나?


두쨋 날에 들은 '장량' 이야기

버스를 타고 투어를 시작하는데, 현지가이드 조선족 최해민이 장가계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장량(張良)은 유방을 도와 진(秦)나라를 멸망시키고 한(漢)나라를 세우는 공신이지만, 황후인 여치가 바람을 많이 피는 남편 유방의 마음을 자신에게 돌리려고 약은 꾀를 씁니다. 


황권 유지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한신 장군 등을 토사구팽 죽이고, 장량 선생에게도 마수를 뻗치게 되는 것이지요. 그 토사구팽을 눈치챈 면도 있고, 원래 품성이 권력에 초연한 장량 선생은 몸의 병을 핑계로 이곳 땅에 와서 몸을 숨기는데, 처음에는 원주민 토가족(土家族)의 배척이 무척 강했으나, 수차(물레방아)를 이용하는 기술과 농사를 짓는 방법 등을 가르쳐주면서 토가족은 장량에 협조적인 관계가 됩니다. 

그리하여 장량 선생은 이 부근에 있는 ‘백장협’에서 유방군을 물리쳐 백전백승하게 됩니다. 결국 2만5천명의 정부군 포로를 풀어주면서 “다시는 쳐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정부도 맨날 싸워도 한 번 이기지 못하는 판이니 “오냐, 그 대신 여기서 한 발짝도 나오지 마라”라고 하면서 평화를 얻고 서로 싸움을 멈췄다고 합니다. 


천하를 통일한 유방군도 감히 장량과 토가족을 치지 못한 장가계는 비록 작은 구역이지만, ‘힘(武)이 쌓여야(陵) 족속을 보존할 수 있다’는 만고의 진리를 깨우쳐주는 곳입니다. 이로써 이곳을 ‘장가계’라 불러 ‘장씨 가문의 땅’이라 불려왔는데, 최근 들어 중국에서는, 일개 가문의 땅이라기보다는, ‘세상에 가족처럼 베푸는 땅’으로, ‘베풀張, 집(家), 세계라는 界’로 해석합니다.  


세계 최장 케이블 카

장가계 시내에서 길이 7.1km의 세계 최장 케이블 카를 타는데 장장 1시간 이상 기다린 것도 좋게 말하면 추억이었다. 산위에서 내리자 후득후득 듣던 비는 폭우로 변했고, 비닐 우비를 쓰고 유리잔도와 귀곡잔도를 걸었지만 더 이상 어디로 갈 수가 없어서, 눈물을 삼키며 회군을 결심.

 내려오는 케이블 카 타는데도 또 1시간 이상 밀리다가 겨우 탔다.

‘장가계의 혼’이라는 천문동(天門洞)을 가지 못하고 아쉽게 하산.  케이블 카를 타고 내려오는데, 고단새 날씨는 쾌청, 자연의 조화에 탄복할 뿐. 아쉬운 대로 케이블카 안에서 천문을 바라보았다. 

하긴 1년에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며칠 안 된다고 하더라. 


천문호선(天門狐仙) Show 

 한낱 잡초같은 노총각(Weedman)과 여우나라 왕의 아내가 되기로 정해져 있던 아름다운 여우 (Fairy Fox) 처녀가 불과 3일 동안 마음이 통했는데, 무려 1만년 후에야 사랑의 기적을 이룬다는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뮤지컬을 구경했다.

 관객석 3천에 출연자 5백 수십 명. 관객 80%의 한국인을 위한 한글자막이 별도로 설치된, 자연 계곡을 다듬어 그대로 무대로 만든 거창한 쇼였다. 

 공연도중에 이마 저 먼 위로 야간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보이는 천문(天門)과 머리 위로 내리 쏟는 별빛을 보며, 모두들 사랑의 주인공이 된 듯 몰입된 시간이었다.

 이토록 스케일 웅장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역시, 큰 나라에서, 큰 것을 보고, 큰 생각을 해야 가능하리. 


 천년고등(千年古藤)

 엄청나게 높은 절벽을 지나는데 천년고등(千年古藤) 

등나무가 절벽을 타고 오르고 있었다. 시를 한 수 지었다.

 

토가(土家) 박물관

 

무릉원(武陵源) 장가계


힘 센 놈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은 힘(武)이다

내 가족과 내 족속과 내 국가를 지키는 것은 오로지 힘(武) 뿐이다

힘이 없으면 결단코 도원(桃源)에서 살 수 없다

힘(武)을 언덕(陵)처럼 쌓은 자 만이 도원경에 들어갈 수 있다

장가계 무릉원은 土家族과 張良이 살기 위해 몸부림친 현장이다

처연한 생존의 법칙이 장가계에 있다

그들은 힘을 쌓고 백전 백승하여 도원을 만들어 나갔다

그들은 힘이 있어도 남을 치지 않고 바르게 사용하였다

무릉의 武자가 ‘바를 正’자를 품고 있는 사유를 생각케 한다

장가계는 오늘날 세상(界)을 가족(家)처럼 넓게(張) 품는다


수차

 장량이 토가족에게 수차-물레방아를 가르쳐주었단다.

물레방아는 위쪽에서 물이 떨어져야 물의 무게로 도는 줄만 알았는데, 장량은 아래 쪽에 좁은 물길을 만들어 물의 속도를 빠르게 하여 수차를 돌리는 법을 개발한 것이다. 

장량은 또한 정교한 톱니를 만들어 물레의 도는 방향도 바꿀 수 있었다.


 도원은 어디에 있나?

장가계의 장량 선생 사후 약 600년이나 지나서, 시인 도연명이 <도화원기>라는 시를 써서 이상향 도원을 세상사람들에게 알렸다. 

이 시에는 무릉 출신 어부 한 명이 황홀경에 빠져 들어가 보았던 도원의 삶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이 세인들에게 이상향 유토피아로 각인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때 도원이 소개되었고, 무릉은 어부가 사는 마을이었다. 아마도 장량 선생이 힘과 기술에 의한 평화를 쟁취하면서 자연스럽게 무사들의 무기가 폐기되어 큰 언덕을 이루게 됨으로써, 무기의 더미 즉, 무릉이라는 이름을 얻어 무릉원 장가계라는 지명을 얻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무릉원 장량 선생 시절에는 도원은 없었지만 도연명이 시에서 만든 것이라 본다. 

실제로 중국에는 도원이라는 마을도 따로 있다.


무릉도원을 꿈꾸며

나는 무릉동 출신으로서 ‘무릉도원’이라는 네 글자가 가진 깊은 철학을 잘 정립해서 작품으로 세상에 내놓고 싶은 충동을 받았다. 장가계 여행은 그래서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사건이었다.


 *2022년 현재.

2016년에 『무릉도원 가는 길』 시집을 출판하였고,

2021년에 『무릉도원기』를 출판했다.

2022년에 『무릉도원기』 1차 수정본 전자파일을 완성했다.

그 외에도 나의 모든 문학 작품은 '무릉도원'과 연계하여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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