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예절’은 수도 없이 많겠지만 승차예절을 하나의 예로 든다. Owner가 운전할 때의 상석과 차
석, 3석 4석이 있고, 전용 기사가 운전하는 경우 등이 있는데, 이런 사소한 일을 열거하는 심정은,
내가 고리타분해서 그런 게 아니고, 이것은 에티켓이기 때문이다. 알면 좋고, 모르면 손해다. 내가
이래 뵈도 소장님을 운전기사로 부려먹은 ‘대무과’(대단히 무식한 과장)였다.
소장님을 운전기사로?
1984년 어느 날 휴일 저녁 때 일이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그만 집에 가려고 발전소 정문에서 아무 차나 얻어 타려고 기다리는데, 하필 소장님 차가 나오는 게 아닌가!
나는 그 차는 피하려고 경비원 뒤로 몸을 피했는데, 노는 날에 늦게까지 회사에 나와 일하고 가는 과장이 기특하다는 생각을 하셨겠지(아마도). 소장님이 자꾸만 타라고 하시니, 얼마나 황송한지 뒷 문을 열고 타려고 하는데, 자꾸 앞으로 타라고 하셨다.
“에이 아무리 그렇지, 소장님 옆에 어떻게 탑니까? 뒤에 타야지요”
혼자서 빠른 속도로 그렇게 생각한 나는 기어이 뒷자리에 엉덩이의 3분지 1만 걸친 채 웅크리고 앉았다. 소장님은 세상에 별 희한한 놈도 다 있지 그래. 기가 차셨겠지만 뒷자리에 하급자인 무식한 과장님을 모시고(?) 운전하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김과장 운전 면허증 있어?”,
“아 예. 아직 없습니다”.
이 질문과 대답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많은 이야기를 한마디 질문 속에 함축시킨 대인의 풍모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뒷자리에 앉아 감히 쫄따구 주제에, 세상을 너무 모른 상태에서, 소장님을 운전기사로 부려먹은(?) 적이 있다. 아무리 자동차가 드물었고, 운전면허증도 없던 시절이라 해도 승차예절도 모르던 때였다.
그 때 소장님이 속으로 얼마나 웃으셨을 지 짐작이 된다. (아니 짐작이 안 된다. 되나? 안 될 것 같다).
나도 그 후로 오늘까지도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혼자 웃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긴장한다. 내가 예법을 몰라서 그것과는 다른 또 다른 어떤 실수를 누구에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런 내가 설사 아무리 일을 잘하는 녀석이었다 해도, ‘진정으로’ 소장님 마음에 들었을까?
이렇게 아주 작은 것이지만, 직장에서는 승차예절 같은 소소한 것도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