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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8. 2022

직장생활 철칙---지휘라인을 벗어난 보고는 된다?

직장생활 철칙---지휘라인을 벗어난 보고는 된다? 안 된다?

 

상사나-상급부서나-상급회사나, 어떤 경우라도 보고라인을 벗어난 By Pass는 용납되지 않는다.

다만, 현저하게 회사에 영향을 끼칠 문제라면 좀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한다. 국가에도 ‘공익제보’와 

같은 말이 있지만, 투서하듯, 고자질하듯 그렇게 하지는 않더라도, 누가 바른 말을 하면 우리는 

별로 좋지 않게 보는 풍조가 있는 사회다. 아무튼 어떤 경우라도 그 책임은 져야 한다.

 

치명적인 보고 실수

나는 죽어서 다시 뵙게 되면, 한전 선배 故 조X상 처장님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드리고 싶은 마음 아픈 사연이 있다. 살아생전에 그런 기회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선배님은 돌아가셨다. 

그날은 참으로 일이 꼬이려고 그랬는지, 휴일인데 일하러 나와서, 쩔어붙은 펌프의 사고 원인을 면밀히 조사하면서, 상세한 보고서를 열심히 쓰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그 펌프 문제는 여러 번 같은 문제를 일으켰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중대한 현안이었다. 

하필 그 때. 본사 직속담당부서에서, 그것도 인간적으로 아주 친밀한 분이 “원인이 뭐냐?”고 

물었다. 똑같이 휴일인데 본사에서도 우리 발전소 사안이 초미의 관심사였기에 출근을 해 있던 상황이었다. 내가 부장씩이나 된 자가 사업소 보고라인을 무시하고 본사에 먼저 대답하면 안 된다는 걸 모를 리 없었지만, 그 분과의 개인적인 친분 관계는 답을 안 할 수 없는 사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답하고 말았다. 그것은 이 펌프 문제를 ‘세상에 Open’한 일이기도 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다 해결된 상태에서의 결론은 이랬다. 

펌프 제작회사는 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은 회사였지만, 실제로 이 신규 발전소가 요구하는 운전조건이 무척 높아졌는데도, 거기에 부합되는 제작경험은 없었다는 점과, 어떻게 해야 근본적인 해결이 되는지를 아는 전문가가 없는 시절이라는 것, 발전소에서 최고압부인 펌프 출구 배관 시공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경험자들의 지적을 수용하지 않은 점 등이 문제였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가운데 조금씩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 외에는 없던 딱한 시기였는데, 이미 수차례 동일한 고장으로 발전소가 몇 번 정지된 때였다. 근본대책을 빨리 강구하려면 이 문제를 세상에 공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나의 욱하는 심뽀도 한 몫을 해서, 그 때까지 내부적으로만 쉬쉬하던 것이 그만 세상에 Open되고 말았다. 

 그 휴일. 꼬인 문제의 불똥은 직속상관인 반장님으로부터 내게 떨어졌다. 나는 한 마디 변명도 못하고 몸 둘 바를 몰랐다. 질책을 달게 받는 것은 지금도 변함없다. 이런 일은 직장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 직장인은 보고라인을 이탈한 ‘By Pass 보고’는 하면 안 된다.


역정’ 뒤에는 이유가 있다

반장님인들 펌프 문제를 빨리 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실 리가 없지. ‘문제를 Open해서 처리해야 빨리 풀릴 수 있다’는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반장님이 내게 역정을 크게 내신 이면에는 사실 다른 문제가 더 있다. 반장님은 원래 나와 절친이었는데, 서로 다른 부서에 근무할 때, 내가 내 쪽 조직만 너무 이기적으로 챙긴 일이 있어서 내 인간성을 믿을 수 없는 것에 문제가 있다. 내게 야단을 치신 것은 보고라인 패싱 문제도 있지만, 내가 변명도 못할 만큼 잘못한 일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지금 나는 지면으로나마 내 잘못에 사과를 하고, 또 누구라도 심한 질책을 받을 때는 그 이면에 이미 심각한 이유가 겹쳐 있을 것이라는 것도 강조하고 있다. 


By Pass 보고에 대한 책임은 져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나는 어떤 회사에서, ‘특공 조직’에 속해, 어떤 보고서를 써서 공개했는데, 그게 또 말썽이 났다. 거기에는 ‘회사의 기술향상을 위한 아픈 지적’이 들어있었는데, 어떤 이유를 대건 결국은 보고라인을 By Pass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것도 아무튼 내가 미숙한 것은 순순히 용납하고, 그 책임으로 희생을 크게 치렀다. 내가 회사의 기술문제에 조언하는 Advisor로서, 어떤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어떤 보고라인에 얽매여져 있었다 해도, 꼭 말해야 할 문제점을 말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사실은 문제다.

보고서 하나가 어떤 특정 부서의 입장을 매우 난처하게 만들 수도 있는데, 그런 점을 너무 깊이 생각하면 이 눈치 저 눈치 보다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것은 안 될 일이다.

그러므로, 너무 고지식한 직접 보고보다는, 좀 더 유연한 思考로 그 일을 지적하고-반영하고-개선시킬 다른 좋은 방법은 없는지, 깊은 고려를 하는 것이 좋다. 

이 일들은 나에게 많은 반성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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