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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8. 2022

업무 집중---바보가 하는 말 “최선을 다했다”

업무 집중---바보가 하는 말 “최선을 다했다” 

2003.2.21 처장 훈시 때


 바보 같은 ‘최선’

우리는 직장에서 ‘열심히 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알고 있는데 천만에! 그건 정말 바보짓입니다. 승진을 했거나 새로 전입한 사람들이 가장 잘 하는 말이 “열심히 하겠습니다”이지요.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열심히 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열심히 ‘잘’ 하라”고 말합니다.

그 소리를 들으면 그들은 “잠시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입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 되는데 왜 그런 말을 합니까? 그리고 열심히만 하는 사람처럼 미련한 인간도 없습니다. 그것이야 말로 미련퉁이 그 자체입니다. 그 ‘열심히’에다가 ‘잘’을 더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지난 2월17일. 우리 회사 박영기 감사님의 훈시내용 중 일부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소와 사자가 결혼했습니다. 소는 자기가 먹기 좋은 식물류만을 음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자는 자기가 먹기 좋은 육류만으로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끝내 이혼하고 말았는데 이혼하면서 둘이 한 말은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라는 말처럼 바보스러운 일은 없습니다. 그런 결과를 나오게 하는 최선이란 애초부터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무엇을 ‘잘 한다’는 것은 확실한 예측, 정확한 판단, 필요한 조치를 포함합니다. 소와 사자처럼 최선을 다해 열심히만 하면 뭐합니까! 결국에는 헤어졌는데.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도 관련 담당자들로서는 ‘열심히’ 했겠지요. 극히 짧은 시간에,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다 감시하거나, 제대로 연락하거나, 귀신같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는 정말로 어렵다는 사실은 우리도 기술자이기에 이해를 할 만합니다. 


참사 후 대책은 뒷북치기

어쨌거나 어처구니없는 참사 앞에서는 할 말이 없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왜 이렇게 하지 못했느냐! 왜 저렇게 하지 못했느냐! 뭐하고 있었느냐!” 모든 추궁을 받게 되어있는 것이지요.

발전소에서의 가상사고 모의훈련-난연성이나 심지어 불연성 재료 사용-대피로 확보-환풍(換風)-초동진화-안전검토-제대로 된 판단-무분별한 인력감축-사회전체의 책임 등등 온갖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집니다. 지하철 사고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타산지석이요, 반면교사로 삼을 일입니다. 우리에게도 얼마나 많은 위험요소와 취약 개소가 널려있습니까!

 오늘아침 ‘창의모임’에서도 강조했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첫째가 참사를 예방하는 일이고, 둘째는 초동진압이요, 셋째는 파급 축소입니다. 이를 위하여 그동안 엄청난 투자와 시간을 쏟아 부었는데, 그 설비들이 제대로 機能할 것인지 모든 관련자들의 세심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맡은 설비에 集中해 주세요. 그리고 근무 중에는 항상 긴장해 주세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얼른 나서서 설비를 점검하는 Active한 Action을 보여주십시오. 

얼른 머리를 맞대고, 우리 설비에서 사고와 참사를 막을 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을 짜 내십시다.


*2022년 현재 ‘xx제철 침수’와 이태원 압사 사고

xx제철 "태풍 피해 2조…3개월내 공장 정상 가동 뉴스가 전해졌다. 이번 침수 원인은 인근 냉천의 범람 때문이라고 회사 관계자가 공식적으로 발표했는데, “냉천 공원화 사업으로 강폭이 좁아져 물길이 막혔다”고 발표할 정도면, 그것이 언젠가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아야 했고, 알았을 것이고, 따라서 물이 넘치는 비상상황에 미리 대비했어야 했다. 

그런 일을 하라고, 많이 배우고, 머리 좋은 사람들이, 남의 윗자리에 앉는 것이다.


이태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람들에게 깔려 죽은 사고는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옛 어른 들의 당부 말씀이 생각난다.

“야야. 사람 많은 데 가지 마라”.

 우린 옛날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어릴 때보다 70년 정도 더 세월이 지난 이 눈부신 과학시대에 살고 있는 데도 이 말이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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