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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8. 2022

태안 예찬---초록색 물고기

태안 예찬---초록색 물고기

2004


나는 태안에서 두 번 살았다. 중간에 서울에 갔다가 다시 왔으니, 합계 5년 정도 살았지만, 서른 개가 넘는 해수욕장에 거의 다 가봤다. 특히 안면도는 노후에 와서 살고 싶은 곳으로 생각할 정도로 애착이 많은 바다-모래-조수-석양-휴양의 최적 고장이다. 

 

태안인의 6특권


맑은 공기 호흡권 

수려경관 감상권

값 싼 전기 생산권

지식기반 업무 추진권

지속가능 발전권

자아 실현권



*우덜 사랑 태안


가다 만대 그 만대도 이제는 지척이요

인생살이 삶의 꽃이 만발하는 백화산

눈부신 학(鶴) 날갯짓 학암포 백사장

희망의 꽃구름도 둥실둥실 만리포

꿈꾸는 몽산포 나라생각 국사봉 

대한민국 3대 송림 쭉쭉빵빵 안면송(松)

조상께서 작명하사 꽃박(博)열린 꽃지 꽃지 

여객선이 들어오네 영목 항구 잘있었슈?


갯벌에다 새 생명 불어넣는 밀썰물

바람하고 파도하고 합작한 사구(沙邱)언덕

절경에 취한 손님 무인도와 국립공원

옥파(沃波)선생 구국의 얼 군민의 정신지주

육쪽 마늘 왕 대하 꽃게 우럭 박속낙지

내심으론 열정적인 순박한 태안사람

저녁 해 바라보며 발 뻗고 자는 안면(安眠) 

더 큰 평안 어디 있나 국태민안 태안일레


*우들이 아니고 ‘우덜’입니다


초록색 물고기를 만나 보세요

초록색이 나는 커다란 물고기를 보셨나요?

길이가 5미터 가까이 되고 살이 퉁퉁하게 찐 고래같은 녹색의 큰 물고기를.

아마 100여명이 회를 떠먹어도 열흘은 걸려야 다 먹을 것 같은 그 고기는 태안화력발전소에 살고 있습니다. 태안발전소는 몇 년 전만 해도 ‘총각사원이 부임하면 장가를 못 가는 오지'라는 불명예가 따라다녔습니다. 여기로 발령받으면 사표를 내버리니, 한전에서 여기에 총각들이 좋아할 운동시설을 잘 만들어준 최초의 사례가 되어, 이어 영흥화력발전소에도 비슷한 시설을 갖춰주게 되었지요. 요즘은 서해안 고속도로가 생겨서 여건은 많이 나아졌지요.

태안은 해상국립공원이 있기 때문에, 서른 곳이 넘는 해수욕장은 휴식과 낭만의 장소가 되어 사람들은 안면도로 오셔서 사랑과 추억을 만들다 갑니다.

여름에 서산에서 태안사이의 도로는 얼마나 막히는지 “서울 저리 가라” 입니다.


"똑딱선 기적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 사랑......”

이곳 충청도 사람들은 뻥까는 데 선수지요. 만리가 되려면 길이가 텍도 없이 짧은데도 만리포라 부르고,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에 가보면 뻥이 진짜 뻥이라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뭐 어때요. 세금 더 내는 것도 아닌데 허풍 좀 떤다고 뭐가 어찌 되나요? 재미있지 않나요?

사실은 중국과 만리포와의 거리가 만리라서 붙였다는 소문도 들리네요.

그런데 태안에는 웬 골짜기가 이리도 많습니까? 계단식 논이 꽉 차 있는 골짜기 하나에 집이 한 채씩 있어 이 쪽에도 띄엄 띄엄, 저 쪽에도 띄엄 띄엄....

이곳은 밤에 보면 정말 시골이란 말이 실감 납니다. 

서울 강남의 시끌벅적한 밤풍경과는 너무도 다르지만, 저 골짜기를 끼고 돌 때 마다 하나씩 켜진 등불을 보면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고, 게다가 조용히 고향의 어머니를 생각할 수 있는 곳이 아닌가요?

혹시 도회에서의 지나친 생존경쟁에 지친 마음에 상처마저 입고 고향의 넉넉한 품을 그리며 눈물짓고 싶은 도회인에게 캄캄하게 어두운 골짜기 저쪽에 외로이 비추는 등불은, 어머니가 밤 늦게라도 집 찾아오는 자식을 위해 켜 둔 마음의 등불같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논도 많고 밭도 많고, 산도 많고 저수지도 많고, 갯벌도 많고 소나무도 많고, 꼬부랑 길도 참 많습니다. 좁은 것 같아도 엄청 너른 동네가 태안입니다. 나는 시골길을 차 몰고 구경 다니다가 두 번이나 길을 잃고 헤맨 적이 있답니다.

동쪽으로는 천수만을 끼고 서쪽에는 서해바다가 자리한 길쭉한 페닌슐러(반도). 태안군 남북의 길이가 자그만치 100킬로나 된다니!!

그 길쭉한 반도를 동서로 뚝 잘라서 운하를 만든 것이 안면도 인공섬이지요. 그리고 지금의 서산시와 태안군의 경계지역을 남북으로 운하(運河)를 파다가 중단한 '굴포'라는 지명도 남아있는, 옛날 우리 나라 최대의 토목공사현장도 있고요.

'신두리'의 사구(沙邱 자연 모래언덕)는 천연기념물이고, 안면도 소나무는 국보아닌 국보입니다. 

우리나라 3대 송림의 하나였던 안면도 소나무는 왜정 때 용케도 왜놈들의 톱날을 피했습니다.

또 한 편의 시를 올려 봅니다.


안면도 왕솔밭


아름드리 굵고 고른 뽀얀 살 높이 벋어

검푸른 잎 이고 선 수많은 왕 솔 솔

암만 봐도 좋기만한 안면도 왕솔밭에 서니

시원한 솔바람은 여기 솔잎에서 시작되고

눈보라 천둥번개 솔뿌리 깊은 데서 태동하는 듯

왕솔밭은 짙푸르기만 한데

간간이 솔잎사이로 햇살이 번쩍번쩍 눈부시게 쪼개진다


서쪽 해안의 해넘이 광경은 국내 제일의 사진촬영지로 자리하였고, 구례포에는 KBS 드라마 촬영장도 있습니다. 안면도 세계 꽃박람회는 꽃지에서 열려 옛 선조들이 '꽃지'라는 이름을 그냥 지은 것이 아님을 알게 합니다. 안면도는 꽃이 많고, 천리포 수목원과 같은 식물의 보고이며, 새우란의 자생지입니다.

유리의 원료로 쓰이는 규사는 안면도 모래가 가진 특별한 광물자원이고, 대하 구이도, 생 대하 까먹기도, 박속 낙지탕도, 조개구이도, 꽃게 축제도, 말린 우럭도, 새조개도, 자연산 굴도, 아이구 숨 좀 돌리고 하자. 생강도, 고사리도, 육쪽 마늘도, 노랑 고구마도 여기 태안의 명산물입니다. 

이런 곳에 서부발전주식회사의 태안발전소가 있습니다. 이 속에 전국에서 모여든 인재들이 '희망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차가운 지성'과 '뜨거운 감성'으로 앞날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 속에 어마어마하게 큰 녹색 물고기도 살고 있습니다.

이 물고기는 누구나 다 볼 수 있습니다. 태안 발전소에 오셔서 그 고기를 만나보세요.

왜 색깔은 녹색인지 자연히 알게 될 겁니다.


*초록색 물고기는 태안 발전소 굴뚝에 그려진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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