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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9. 2022

직장인 필수품1---글씨. 모태 악필?

직장인 필수품1---글씨. 모태 악필?


글씨는 사람을 심판하는 기준이어서 예로부터 ‘신언書판’에 들어있다. 그러니 글씨를 잘 쓰지 못하면서 그냥 지내면 안 된다. 초등학생이 사용하는 글씨 교본이라도 사다가 연습 또 연습을 해야 한다. 무슨 변명이 필요한가 초등학생 글씨를 쓰면서! “요새는 컴퓨터로 일하니 문제될 거 없다”고 우길 건가? 


명필은 사람을 돋보이게 한다

직장에서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우선 글씨부터 잘 써야 한다. 글씨를 잘 쓰는 것은 일을 잘하는 것과 큰 연관이 없는 것 같지만, 수십년 전에는 글씨를 잘 쓰면 남보다 일도 더 잘하는 것처럼 생각되었고, 여러 면에서 돋보였다. 그게 컴퓨터가 보편화되면서 요새는 컴퓨터를 잘 다뤄야 일 잘하는 것으로 바뀌긴 했다.

 내 친구들은 글씨를 잘 써서 한전 본사의 중요한 보고자료를 작성하는 일을 많이 했다. 그들은 원래 명석하여 일을 잘 하지만 거기에다 글씨까지 잘 쓰니 더욱 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이 났다.

예전에 글씨를 잘 써서 중요한 기안문이나 보고서, 브리핑 차트를 도맡아 쓰던 사람들은, 훗날 컴퓨터 때문에 각별한 누림과 우월감을 상실했다. 그래도 살다 보면 간간이 손 글씨가 드러날 때가 있다. 

얼마 전, 모 당 젊은 대표가 어디에 가서 방명록 글씨를 썼는데, 글씨를 잘 썼다고 보기는 어려워, 비판적인 사람들로부터 이런 저런 트집잡는(?) 말들이 나왔다. 젊고-패기 있고-예리하고-글씨마저 잘 썼더라면 더 돋보였을 텐데….

그건 글자쓰기 연습을 안 해서 그렇다. 굳이 글씨 연습할 필요를 못 느꼈을 테니.


글씨 쓰기 연습

보고서에는 글자 크기도 적절해야 하고, 간단한 그림도 필요할 때가 있다. 나는 공전학교 때 배운 제도(製圖)기술을 발휘하여, 선 굵기 등이 눈에 확 들어오게, 치수를 비롯한 제도용 글자(필기용과는 다름)를 정성스레 그린 도면도 삽입하고, 이해가 쉬운 개념도도 그려 넣어 보고서를 만들어 왔다. 이 방식이 좋다는 것은 손 글씨 시대나 컴 시대나 똑같다. 

또, 중요한 부분에는 한자와 영어 등 단어를 섞어 넣으면 이해가 아주 빨라진다. 유명인들이 강의를 하면서 칠판에다 휘감아 쓰는 유려한 글씨를 보면 굉장히 멋있다. 거기에 깊은 지식까지 곁들이면 얼마나 멋있는가! 

 예전에는 무슨 발표든 전지(全紙)크기의 차트에 흑-적-청색을 섞은 글씨를 쓰다가, A3규격으로 작게 하다가, OHP(Over Head Projector)를 쓰다가, 요즘은 대체로 Power Point를 많이 쓴다. 파워포인트는 그것을 만드는 기술이 독특하다고 좋은 게 아니다. 너무 울긋불긋 많은 색을 써서 요란스럽지 않게 해야 고급스럽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그만큼 컨텐츠가 좋아야 하고 요점을 부각시켜야 하니, 색의 조화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필요하다.


일본 사람들은 거의 다 글씨를 또박또박 참 잘 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의 글씨체가 비슷하다. 연습 또 연습해서 그런 것이다. 아마 글자본(本) 글씨가 비슷했던 것 같다. 그 결과 개인 별 글씨의 개성은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마치, 일본의 젊은 여인들이 양 볼을 발갛게 화장하는 거나, 요즘 우리나라 젊은 남자들이 대개 다 이마에 큰 쉼표(,)가 나타나게 앞 머리카락을 만드니 개성이 나타나지 않는 것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글씨를 참 잘 쓴다. 다 연습 덕분이다.

연습! 

글씨는 타고난 악필도 있고 명필도 있지만, ‘한석봉과 어머니’ 얘기처럼, 연습하지 않고서 잘 쓰기 어렵다. 나도 종이가 귀하던 초등학교 시절에 서예연습을 한다고 신문 한 장 생기면 처음에는 연한 먹으로 쓰고, 다 마르면 그 위에 짙은 먹으로 쓰던 일이 생각난다. 

글씨를 잘 쓴다는 말을 듣기는 했으나 지금도 내 글씨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잘 쓰도록 노력 아닌 “연습을 해야지!” 하면서도 자꾸 잊어버리고 산다. 

역시 글자본을 사든지, 전문가의 지도를 좀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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