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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9. 2022

토론 기술---토론. 우리의 토론 기술

토론 기술---토론. 우리의 토론 기술

2004


전여옥의 비평부터 숙독하자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와의 토론에 대한 자기 나름의 평가를 했겠지만, 전여옥 기자처럼 멋진 비평 그리고 토론에 대한 제대로 된 가이드도 없을 줄 안다.


뭘 하려고 하는 토론인가? 대통령과 검사의 토론은 다분히 대통령이 자신있는 토론이라는 형식을 빌어서 국민 앞에서 검사들을 여지없이 심판받게 만들려는 의도가 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당사자들끼리 청와대에 불러서 토론하면 될 일을 텔레비전으로 중계하는 것은 이미 그런 의도를 보여준 것이리라. 그렇게, 토론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결론을 끄집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물론 토론의 주제에 따라서는 무조건 진리, 즉, 정답이 있어서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있고, 반대의견이 있는 경우도 많겠지만, 남의 의견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우리도 좋은 토론사례를 가지고 있다. 그 예로, 보령화력 발전부 박세영 (당시)부장 시절에 “발전부의 OO 보직에서 어떤 운전조작법이 가장 좋은가?”라는 하나의 주제를 내걸고, 발전 운전원끼리 토론하여, 표준 조작법을 정립한 아주 좋은 사례가 있었는데, 이것은 결론이 반드시 정해지는 토론이다. 

발전소에서는 매일 아침 창의모임(일명 TM회의)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회의 형식을 빌어서 하는 정보 공유-자유토론-업무지시 등이 이뤄지는 마당이다. 

기술적 문제 처리방법에서는 토론이 되어야 한다. 이 때 좌장은 참석자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게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창의적인 내용이 나오니까. 그렇게 하라고 회의 이름을 ‘창의모임’이라고 지은 것이다. 


새벽밥 잘 먹고 근무시간도 아닌데 아침 일찍 출근한 사람들이 서로 싸움에 휘말리게 만들거나, 목소리 큰 사람이 장내를 지배하게 내버려두거나, 우월적 직위를 가진 사람이 억누르거나, 협력업체 사람이라고 말 한마디도 못하고 듣기만 하게 만들거나, 뭐 그런 것이 없게 만들어야 제대로 된 토론이 된다.

더구나 회의 주관자는 참석자들이 즐겨 모이는 창의모임으로 만들 책임이 있다. "매일 아침 시간낭비 아닌가?"라는 회의가 들지 않게 만들어야 하므로, 정말로 수십명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지식-교훈-사례 등 다양한 내용들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회의 중에도 여러가지 상황을 잘 조정하여, 한 사람이 너무 길게 말하지 않게 하고, 주제를 너무 벗어난 것을 바로잡아 토론이 잘 되게 조정을 잘 해야 한다. 그런데 좌장 자신이 화를 먼저 내거나 혼자서 말을 너무 많이 해버리면 큰 일이다. 좌장은 곧 조정자, 사회자이므로 그가 유능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것은 엄연히 조직체가 굴러가는 기술 경영회의이기 때문에 마냥 자유로운 분위기만 만들 수는 없다. 엄중하게 꾸짖어야 할 경우에는 꾸짖고, 반성해야 할 때는 눈물이 찔끔나오게 만들어야 하는 것도 좌장의 할 일이다.


토론장에서  대통령이 좀 비난을 받는 대목인 “이쯤 되면 막가자는 얘기 아니냐?”라는 부분은 너무 심한 권위를 휘둘렀다는 것이지만, 회의에서는 때에 따라서는 필요하다는 것이 나의 견해다. 이렇게 회의와 토론의 혼합된 형식으로 우리는 매일 토론을 접하면서 부하육성의 한 과정을 은연중 걷고 있었다.


우리의 토론광장

우리 회사는 토론을 위한 ‘사이버 토론광장’을 개설했지만 토론이 될 수 없는 환경 때문에 변질된 ‘자유게시판’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말해야 할 지경이다. 

푸념이나, 주장이나, 폭로나, 유모어나 모든 자유스러운 의견은 ‘별도의 게시판’에 올리게 만들고, 토론광장에서는 주제를 별도로 설정하여, 의견을 받으면서, 격렬하기까지 한 공방을 펼치면서, 그러면서 한 편 누군가가 교통 정리하는 사람을 선정해 두어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문자로 하는 토론은 내키지는 않지만 정 하겠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사회자를 앉혀 놓고 얼굴을 대면하고 하는 난상토론도 제대로 운영하기 힘든 것인데, 사이버 세상에서 文字만으로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문자 아닌 말로써 의사를 전달하는 전화조차도 상대방의 감정을 제대로 읽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오해가 얼마나 많은데, 하물며 글로써 토론함이랴! 

강세나 억양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말을 대신하여 글로써 토론한다는 것은 굉장한 오해가 뒤따르게 되기 때문에, 나는 가급적 사이버토론은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만약 사이버 토론을 한다고 해도 반드시 조정자가 있어서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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