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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9. 2022

발전 약어 통일---기준. 경기도와 정지두

발전 약어 통일---기준. 경기도와 정지두

 

요즘은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인트라넷-인터넷-통신-앱 등이 관건이다. 사무용 기기-프린터-도면 찾기-자료 찾기 등이 수월해야 하는데,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서, 문서의 격조를 높이려면 글자 모양-글자 크기-등을 잘 해야 한다. 영어의 약어 통일? 그런 쪼잔한 것을 말하려 한다고? ‘일의 格’이란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두 제대로 된 상태에서 이뤄진다. ‘깨알같이 작은 기본’들이 모여야 틀이 잡힌 조직, 멋진 회사가 된다.    

  

정지두?

김문수 현 경기도지사가 한 강연내용 중에 “경기도를 표기하는 영어 철자가 이상하여 외국인은 정지두라 읽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영어는 우리사회, 특히 산업분야의 많은 부문에서 그런 우스운 일이 있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GyeonggiDo. G를 ‘ㄱ’ 아닌 ‘ㅈ’으로 읽고, Do를 ‘두’로 읽으면 아닌 게 아니라 ‘정지두’가 된다.

발전소 냉각수에 섞인 쓰레기를 걸러내는 장치인 Debris Filter에 얽힌 얘기를 하나 하자. 이 설비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30년 넘었는데, Debris 끝의 s는 묵음으로 ‘데브리’라 발음해야 옳다. 그런데 아주 오래 전, 모 발전소에서 시운전요원들이 많이 모여 시운전 계획표를 만들다가, Debris Filter항목에서 사람들이 자꾸만 ‘데브리스 필터’라고 발음하길래, 내가 “데브리스가 아니라 ‘데브리’라 발음해야 한다”고 했지만, 다들 내가 잘못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해서, 영어사전을 가져다 발음기호를 보여주면서 시정시킨 일이 있다. 


어떤 단어든지 처음에 누가 잘못 발음함으로써 그것을 배운 사람들은 이어서 틀리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습관이 되면 바른 것을 가르쳐 주어도 곧바로 고쳐지지 않는 속성 또한 있다.

 우리나라 발전소 기술은 원래 서양에서 들어왔으니 수많은 용어가 영어로 되어 있고, 주로 영어를 원어 그대로 표기하는 것이 많아서 나도 한글로 번역한 것보다는 원어가 훨~ 익숙하다. 

일본도 발전소 기술은 서양에서 도입한 건 우리와 같은데, 그들은 발전소 영어는 영어를 쓰지 않고, ‘가타가나’로 ‘확실하게 통일시켜서 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용어는 주로 일제강점기에 도입되어 많은 용어들이 일식인데, 현대과학을 배운 서양 유학파가 많아지면서 요즘은 두 가지가 혼합된 채로 전 산업분야에 녹아 있다. 이제 와서 독립적인 한글표기를 외친다고 해도 고치기도 어렵고, 발전소 중요 기기에는 한글 이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글표기법 표준화案이 있기는 해도 하 자주 바뀌니 그도 사실 혼란스럽다. 

 나는 발전소 기기에 한글 이름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나름 한글명칭을 만들어 내가 지은 『명품발전소 건설과 운전』책에 실었다. ‘혼자 산에 가 고함을 질러도 메아리가 없는 격’이라는 걸 알지만, 그 취지를 읽으면 공감할 것이다.


발전용어 통일

발전소 용어는 대부분 영어인데 영어 철자를 다 쓰기 불편하니 약어를 많이 쓰게 되고, 이 약어표기법이 통일이 안 되어, 통일화를 시도했으나 사용하는 사람들이 예전에 배운 습관대로 쓰면서, 잘 고치려 하지 않는 속성 때문에 혼란한 상태에 있다. 

전문적인 분야로 깊이 들어가면 차이점은 훨씬 심하게 나타난다. 나라마다 제작사마다 용어뿐아니라 약어-기호-도량형 단위-문장 부호 등 많은 분야에서 용법과 표기가 다른 점이 많아서, 별도로 환산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기술수입국으로서는 힘든 적응기간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계약 시 이들을 우리 입맛에 맞게 통일시켜야 한다. 계약 때 이를 성사시키지 못하여 계약 후에 추진하려고 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무엇보다 막대한 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번역이나 저술에도 문제가 있다. PM전문가인 친구 김형도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Cost라는 단어를 한글로 어떻게 번역하겠는가? 가격? 비용? 원가?”

이제 우리 기술이 해외로 수출되는 시대를 맞이하여, 국내에서도 표준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지고 있기는 한데, 서둘러 통일화-표준화-일관성 작업을 하고 수출을 해야 한다. 

그에 앞서 각 개인은 잘못된 습관부터 고치는 것이 급선무다.


*2022년 현재

나는 보령화력 근무 중, 김동주 소장님으로부터 ‘발전 약어 통일안’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고, 초안을 만들어서 각 전문부서 사람들과 토론을 거쳐 6개월만에 최종결재를 받고, 약어수첩을 만들었고, 이를 전 직원에게 나눠 사용했다. 이후 이 수첩은 전력연구원 근무 때 전문용어를 많이 추가했고, 한국서부발전에서 와서도 약어 통일안으로 사용했는데, 그 동안 개정을 거듭하여 어휘는 풍부해졌으나, 약어를 만드는 원칙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그 후 몇몇 민간기업에도 이를 전파시켰다.

문제는 아직도 개인의 습성 때문에 표기는 제 맘대로라는 점. 

예를 들면, 발전소에는 CR(Control Room 제어실)이 있는데, 요즘은 중앙제어실 CCR(Central Control Room중앙제어실)이라 불러야 맞다.

옛날 사람들이 ‘배전반’이라 불렀던 습관 때문에, 중앙제어실로 잘 고쳐지지 아니한다. 이미 40여년 전부터 중앙제어실이 생겼고, 발전소가 현대화 대용량화 되면서, Central Control Room 말고 Local Control Room도 몇 개씩이나 생겼다. 회처리 제어실-물처리 제어실-석탄설비 제어실-탈황설비 제어실-복수탈염설비 제어실 등이 생겼으니, 과거에 제어실이라 부르던 곳은 그냥 ‘제어실’이라 불러도 안 된다. ‘중앙’이라는 말을 앞에 붙여야 정확한 표현이 된다. 

그런데도 예전의 배전반, 그것도 ‘전기를 넣고 끊는 스위치가 모인 곳이라는 의미의 配電盤’을 고집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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