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버둥을 치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길
후회(後悔)
이전에 자신이 내린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 여기고 한탄하는 행위 내지는 감정
후회는 과연 좋은 감정일까? 후회한다는 것은 어쩌면 과거의 나로부터 떨어져 성장했음을 나타낼 수도, 또는 반성을 통해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내포하는 좋은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미래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의미가 있던 없던 현재의 나는 후회하고 싶지가 않다. 실패와 아픔을 통해 얻는 교훈과 성장,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 대처능력 향상 그딴 건 내 알바가 아니다. 나는 그저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내려, 몇 년 뒤의 내가 지금 이 순간을 굳이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내었을 때에도 "그래, 그때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어. 잘한 거지, 난 후회 없어"라 말하며 단단히 서 있을 수 있는 그런 걸 원한다.
요즈음 살면서 여실히 느끼는 점이 하나 있다. 그 순간이 직접 다가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나 자신과 가장 오래 알고 지냈고, 잘 아는 사람일지언정 실제 나에게 그 상황이 다가왔을 때, 그때의 내가 취할 액션은 현재의 내가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담 정도가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때문에 현재의 내가 내리는 결정으로 인해 미래의 내 상황과 감정이 어떨지는 현재의 작은 내가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 봤자 의미가 없는 행위로 전락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일 고민하는 것이 오직 나와 관련된, 내가 전부인 일이라면 그 난이도가 확 내려가겠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놓인 고민거리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 대부분 아니겠는가. 단순히 미래의 내 감정도 예측하기 어려운데, 현재의 내가 내린 결정이 사회와 상호작용 해서 낼 결과가 이끌어낼 내 미래의 감정을 예측하기란... 더욱더 멀게 느껴진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고민들이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보통의 몇 시간 후에, 하루 후쯤에 결과가 정해질 일들(이따가 밥 뭐 먹지? 내일은 어떻게 보내지? 아 친구 만나기로 한 거 취소할까 등...)에 대한 고민은 미래의 내 후회 여부가 현재 나의 결정에 손을 뻗어 영향을 미치려고 해도, 곧 다가올 시간에 의해 고려되지 않는 찬밥 신세가 된다. 그것이 가벼운 고민거리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중대한 결정에 관한 일이더라도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는 결과가 곧바로 눈앞에 그려질 것이기에 후회 여부보다는 결과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많은 비중을 두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결과가 내 눈앞에 보이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고, 내 선택의 시점에 의해 결정되는 일이라면 후회는 고려 우선순위의 아래에서 위까지 무섭게 치고 올라온다. 현재의 내가 내린 선택에 의해 미래의 내가 후회할 것이 두려운 감정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비단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특징은 아니겠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유독 미래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렇고 이는 미래의 안위를 위해 현재 힘쓰고 노력하는 것으로 좋게 발현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까마득한 미래에 대한 걱정, 또는 원하는 목표와 현실과의 괴리 등으로 좌절감을 안겨주며 무기력함을 선사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평생을 이 경쟁이 가득한 대한민국에서 살아왔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나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더 올바른 선택인 것 같고 멋져 보이는 것 같다. 물론 난 현재의 쾌락을 완전히 저버리지 못하고 가끔은 마음껏 즐기며 한량 같은 생활을 하는 나약한 인간이긴 하다. 어찌 됐든.. 그래도 내가 추구하는 바는 미래이기에, 이번 글에 내내 쓴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다.
미래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내리는 것은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가끔은 현재를 즐기라고 하듯이, 미래의 내 감정보다 현재의 내 감정에 귀 기울이는 순간도 필요할 것이다. 미래의 내 감정이 어떻든, 결과가 어떻든 가끔은 현재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주며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려 한다.
또는 엄청난 메타인지 능력을 키워서 미래의 내 감정을 완벽히 예측하는 점쟁이가 되거나 타로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타로... 용한 곳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렇다 할 명쾌한 결론은 없고 그저 후회하고 싶지 않아 불평불만하는 사춘기 같은 글 같아 아쉽지만, 시간이 조금 더 흐른다면 나만의 기준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걸어본다.
글을 써 놓고도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아, 서랍에만 둔 지 한 달 정도가 지났다. 그간 몇 가지 일이 있었고 생각의 변화가 생겨,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의 내가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성장하고 달라졌는가? 라 한다면 확답할 수 없으나, 적어도 한 달 전에 고민하던 것에 대한 내 개인적인 답은 찾은 것 같다.
내가 생각한 결론은 이렇다.
어떠한 선택을 내리는 데에 미래에 내가 후회할 것이 걱정된다면, 일단은 내 감정을 우선순위에 둘 수 있는 여건이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거기에 더 중점을 두고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내가 어떠한 행위를 하는 것이 남들이 생각하기에, 또는 나를 어떤 식으로 볼까를 걱정해서, 그 시선을 받는 것이 두려워 후회하게 될지 아닐지 고민이 되는 것이라면 제쳐두고 강행하자. 다른 사람의 조언을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 행위에 대해 미래에 타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해 망설이는 것은 다소 아쉬운 결정을 내리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내가 나 자신을 어떤 식으로 취급하는 것이 걸림돌이 된다면 그 경우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 인생 내가 만들어가는 것인데, 적어도 내가 봤을 때에는 만족스러워야 하지 않겠는가? 최소한 나는 나에게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
결국 또 중요한 것은 ‘나’이다. 위에 말한 두 가지 경우를 현명하게 판별해 내기 위해서는 나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내가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떨 때 절망적이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떨 때 행복한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한다면 결정을 내릴 때에 올바른 선택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음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