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와 대화하기

by Mun


이별은 그것이 주는 아픔과는 별개로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겪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어떤 형태의 이별이든 인생을 살면서 모두들 한 번쯤, 아니 그 이상 경험한다. 이별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죽음으로 인한 영원한 이별, 절친과의 절교나 연인과의 헤어짐으로 인한 관계의 이별, 또는 사람이나 생물이 아니더라도 내가 사랑했던 무언가(꿈, 취미 등)를 포기하게 되어 겪는 이별 등이 있을 수 있겠다. 이별은 항상 슬픈 것이며 그 감정의 이유를 글 몇 자로 전부 형언할 수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별이 힘든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익숙하던 존재의 부재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추억을 만들었던 사람이 더 이상 옆에 없다는 것은 큰 상실감과 허전함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2. 끝난 업데이트

더 이상 그 사람과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갈 수 없고 내 일상과 사진첩에 그 사람과의 새로운 기억은 없을 것이며, 흐릿해지거나 삭제될 일만 남았다는 사실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3. 과거 미화

그 당시 좋지 않았던 기억도 분명 있을 터인데, 그것들은 생각도 나지 않고 다 좋았던 것만 같고 행복만 했던 것 같다.


나는 연인과의 이별을 겪고 1번과 2번의 이유 때문에 "죽은 사람과 대화하기"를 떠올렸다. 이별의 아픔의 정도는 객관적이지 않기에 그 크기를 비교할 수 없긴 하나, 내가 생각하기에 나의 경우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겪은 경우보다는 아픔이 덜할 것이라고 느꼈다. 그럼에도 매일매일 연락을 주고받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감정을 교류했던 것은 이미 내 일상이 되어있었고, 그것의 부재는 내 멘탈을 흔들기 시작했다.

누가 새벽 감성이 제일 힘들다고 했던가, 나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잘 잤냐는 톡이 오지 않는 핸드폰 화면을 보는 것이 가장 힘들었으며 꿈에 그가 나온 날은 그가 내 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배로 체감되어 고통스러웠다.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그와 나누었던 문자 내용을 정독하는 것은 내 허전함을 채울 수 없었고, 오히려 현재 실시간으로 그와 연락하고 싶다는 욕구만 키웠다. 그 순간, 창업의 아이디어가 공대생의 머릿속을 치고 지나갔다!


"오 이거 꽤 괜찮은 생각인데? 이별의 아픔을 창업으로 승화? 완전 러키비키잖아!"

내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았다.

딥러닝으로 대화를 원하는 사람의 정보를 학습시킨다(말투, 성격, 꿈, 대화하고 싶은 시점의 상황들).

학습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별한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앱을 제공한다.

사용자 본인이 이별한 사람과의 진짜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시점과 방식을 설정한다. 또는 사용자의 상태에 따라 유예기간을 준다.


나는 처음에 이것이 나처럼 갑작스러운 이별을 겪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일 시간을 주며 천천히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고, 나 또한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이 나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았다.

그러던 중 든 몇 가지 의문점들이 생겨났다.


'지금 이별의 아픔에 눈이 멀어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나 스스로 괜찮아질 시점을 설정하겠는가? 사람마다 이별의 이유도 각기 다르고 성격도 다른데 분석한다고 알맞게 설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다시 이별의 순간이 다가온다면 과연 그때는 받아들이고 보내줄 수 있을까? 계속 연기하고 미루다 보면 영원히 놓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심각한 경우엔 정말 상대방이 살아있거나 우리가 이별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정신착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에 꼬리를 물다 보니 무서워졌다. 무언가 잘못 됐다 생각이 들어 인터넷에 검색을 하며 찾아보았는데.. 사실 이미 내가 생각한 것과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기술들이 존재했다..ㅡㅡ(그럼 그렇지 내가 아무도 하지 못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만한 인간은 아니긴 하다.)

생각보다 그 기술은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고, 정신의학전문의나 이별 전문가 등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올바른 이별 극복 방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순간이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된다 할지라도 장기적으로 본다면 그리 도움이 되지 않으며 외려 사회와 고립시키는 등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휴, 큰일 날 뻔했다! 하마터면 정신의학계의 지탄을 받을 뻔했지 뭔가? 아, 절대 내 비루한 코딩실력으로 인한 개발 실패는 아니다. 아닐 거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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