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이 악물고 참으면 안 되는 이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병원까지 말썽이 생겼다.
1차 항암하고 퇴원하고 나서만 해도 의사는 내게 조혈모세포이식은 필요 없다 항암만으로 충분히 완치될 수 있다고 말했었다. 나중에 알고 나니 나는 1차 항암부터 차근차근 피에 암세포를 제거하고 이식을 했어야 내 병이 완치될 수 있었는데, 처음 만난 그 병원 교수는 한마디로, 서적에서는 1에서 5까지만 해도 된다고, 그 말만 되풀이되었다. 그렇게 나는 삶, 생명이라는 마지막 희망을 건 투병의 시작되었다.
나는 믿었다 아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의사를, 그의 말을, 그의 계획을. 그런데 그 의사는 점점 치료 도중 내 손을 놓아버렸고, 차라리 처음부터 이 병원에서 백혈병을 치료하지 않았다면.. 아니 적어도 보호자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 하겠다는 손을 막지 말지..
그렇게 나는, 암이 재발하고 결국 쫓겨나듯 다른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내 발로 걸어 들어갔는지, 아니면 기어 들어갔는지, 실려 들어갔는지… 그때의 기억은 히미 하고 흐릿하다. 그러나 그곳은 이전 병원과는 다르게 훨씬 따뜻하고 포근했다. 모든 것이 안정적이고 따사로웠다. 그렇다고 치료가 쉽고 아프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 병원에서 골수이식까지 마친 후, 나는 이렇게 글을 쓰기 위해 앉아 있다. 여전히 크고 작은 아픔들이 나를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렇게 살아있다. 가끔 예전의 내 삶이 그리워 과거를 붙잡아 볼 때면, 그 무게가 너무 버거워져서 던져버리고 엉엉 울어본 적도 있다. 사람들은 흔히 항암 치료 후, 체력이 다시 돌아오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정말 오산이다.
한 번이라도 아픔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절대로 알 수 없다. "이제 괜찮지?" "이식까지 했는데 왜 그래? 아프다, 아프다 하니까 계속 아픈 거야." "네가 나태해서 아픈 거야."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속에서 뜨거운 감정이 솟구친다. 평생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하지만 섣부르게 암에 걸렸다고 독설을 내뱉는 그런 말들… 제발 그만해 달라고, 내 마음이 포효하듯 말하고 있다. 물론 속으로..(굉장한 유리멘털이니까....)
아픔을 겪고 나면, 속에서 못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항암 치료는 너무너무, 너무나도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고통은 바로 골수이식, 즉 조혈모세포이식이었다. "골수이식"이라면 누구나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골수? 골? 뇌?" 아니, 아니다. 그것은 바로 피, 혈액이다. 쉽게 말해, 나에게 맞는 건강한 사람의 혈액을 내 몸에 옮겨주는 것이다. 헌혈받는 것처럼, 피가 몸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 여정이다.
내 몸의 면역을 담당하는 호중구를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상 호중구 수치가 1,500에서 8,000인데, 그것을 0으로 만든다는 건, 내 몸에 있는 좋은 균까지 모두 없애야 한다는 뜻이다. 남의 피가 내 몸에 들어오면, 내 몸은 그 피를 밀어내고, 맞추려고 하며, 숙주반응이 나타난다.
그리고는 무균실에서 이식이 진행된다. 호중구 수치가 0이 되면 모든 균을 조심해야 해서, 냉장고도 함부로 열지 못하고, 변기에 앉을 때마다 소독, 소독, 또 소독. 밥도 멸균식이다.
내가 입원했던 병원에서는 식단이 괜찮았지만, 그 냄새만 맡으면 하루 종일 배가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손이 떨려서 수저를 잡을 수 없었고, 글씨를 쓸 수 없었다. 입안은 다 터지고 곪아서 밥을 삼키는 것도 힘들었고, 일어나면 머리가 깨질 듯 아파서, 나는 그저 하루 종일 천장만 보고 누워있어야 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될 때, 혼자 눈물을 참으며 속으로 기도했다 "이제 그만 멈쳐줘"라고.. 그만 살고 싶었다.
몇 년이 지나 지금도 내 몸은 여전히 허덕이고 있다. 이 병과 치료 과정이 얼마나 큰 일인지, 지금도 매일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내 멘털이 잡히기 시작했다. 아니, 아직도 잡히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불안하고 아리송하지만, 나는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한다. 내가 이만큼 고통을 겪고,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용기를 내어 일어설 수 있었다. 내가 겪은 아픔과 고통 속에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싶어졌다. 그래서 고민 끝에, 글을 써보겠다고 결심했다.
온라인이지만 내 블로그에 찾아와 "와이님 덕분에 힘을 내며 버텨봅니다. 건강하세요"라는 그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힘을 얻었는지 모른다. 그런 말을 들으며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왜 갑자기 아팠을까 하는 질문이 떠오른다. 아프기 전, 정신없이 열심히 살아온 내 삶 속에서, 하늘이 내게 주신 메시지가 아닐까, "너 너무 열심히 살았어. 이제 좀 멈춰"라고.
그게 하늘의 뜻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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