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아다#4:보호자라는 이름의 감옥

절연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by 와이

“엄마가 더 아플까 봐, 나는 내 고통을 삼켰다”



“니가 결혼해서 오래 살 줄 아니? 아이고~ 금방 돌아오게 돼 있어!”


자존감 바닥을 기던 내가 엄마의 말에 정곡을 찔러버린건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먼저 날카로운 그 칼날같은 말을 들이민 쪽이 엄마였기 때문이다. 나는 참지 못하고 쏘아붙였다.

“나는 아무렇게나 살지않을꺼야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삶 살지 않아.엄마처럼 살지않을꺼야 !! ”

그 말은 엄마를 향한 말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 자신에게도 한 다짐이었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지. 그래서일까, 난 늘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제발… 저 성질머리만은 닮지 말자.”


화내지 않아도 될 일에 늘 날 선 눈초리.

감정의 가시가 눈썹 사이에 상주한 듯, 엄마의 얼굴엔 언제나 화가 나 있었다.

그렇게 날카로운 분위기 속에, 예고 없이 들이닥친 나의 암 소식.

그건 마치 싸움을 부추기는 완벽한 조건 같았다.


열이 펄펄 끓던 어느 날, 가까운 병원에 갔다가 혈액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남편은 ‘빅5’라 불리는 병원으로 전원하자 했고, 엄마는 지금 이 병원에서 계속 치료받자 했다.

몸이 너무 아파 아무런 판단도 못 내리던 나는, 결국 엄마가 선택한 병원에 눕혀졌다.

“교수님이 잘 치료해준다잖아! 너 의사야? 그냥 믿어!” 그 한마디로 내 운명은 결정되고야 말았다.


몸은 껍데기처럼 병실 침대에 붙어 뉘여져 있었고, 정신은 멀리 도망쳐버린 듯했다.

그렇게 누워 있는 내 곁에서, 엄마는 상주 보호자라는 이름으로 친구들과 전화통화를 이어갔다.


“아휴, 내가 얘 때문에 못 살아. 일도 못 하고, 결혼은 지가 좋아서 해놓고 아프니까 나를 불러?”

필요할 때는 간이침대에서 낮잠을 주무시고, 깨어나선 담배 냄새를 풍기며 내게 궁시렁거리기 바빴다.

“일도 못 하고”라지만, 정작 ‘일하는 곳’에선 엄마가 없는 게 평화라고 했다.

혼자만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냥 나는 엄마에게 " 도움이 필요한 딸" 이 아니라 " 귀찮은 덩치 큰 짐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백혈병 항암치료 중엔 물 한 모금도 조심스럽다.

그런데 엄마는 끊임없이 뭔가를 먹으라고 했다.

정수된 물이 병을 만든다고 하며, 검색해도 안 나오는 이상한 ‘알칼리수’를 내게 강요했다.

도저히 마실 수 없었다. 백혈병은 소독이 생명이었고, 생수조차도 개봉하고 4시간 안에 못 마시면 버려야 하는 병이었다.


몸은 아픈데, 옆에서 쏟아내는 부정적인 말들에 마음까지 짓눌렸다.

마치 어릴 적, 왜 태어났냐고 묻던 그 말처럼.

엄마는 내가 괜찮다며 집에 가서 쉬시라 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졌다.

어떤 부모가 아픈 자식을 두고 그렇게 떠날 수 있을까.


결정적인 순간은, 절연을 결심하게 된 그 날이었다.

입원을 하기위해 남편에게 나를 병원에 데려다 놓으라 엄마가 지시했고 , 남편도 일+집안일+아이들에게 찌들어있는게 보여 나는 그냥 병동에만 올라가면 되는 일이고 보호자가 필요없는일이라 혼자 콜택시 불러간다했다.

엄마는 극대노했다 별 화내지 않아도 되는 일에, 일하기 싫으신지.. 엄마가 하겠다고 .. 구지...

그런 엄마는 괜히 남편에게까지 폭언을 퍼부으며, 마치 아들 부리듯 다그쳤다.

그 순간, 구멍이라도 있다면 숨어서 나오고 싶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 내 엄마라는 게 너무 부끄럽고 미안했다.


이식앞두고 어느날 , 엄마는 내 암 진단금을 이야기하며 말했다.

“그 보험은 내가 들어준 거니까, 암진단금 나한테 줘. 니자식돌보고있는 네 동생도 줘야 하니까!!!”

항암으로 머리카락 하나 없이 민머리가 된 딸에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스트레스에 치명적인 백혈병.

나는 또다시 열이 오르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녀는 다시 보호자로 앉았고, 나는 또다시 껍데기처럼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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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clea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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