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아다 #3 :무서운 동행자

사랑이라는 말로 상처를 덮을수 없다

by 와이


추운 겨울, 연세 지긋한 아버지가 딸이 좋아하는 붕어빵을 품에 안고 가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 따뜻한 손길이, 사랑이 가득 담긴 붕어빵이, 마치 세상의 모든 온기를 담고 있는 듯합니다. 또 연세 지긋한 어머니는 딸에게 주기 위해 주름진 손으로 정성껏 음식을 바리바리 싸며 행복을 느끼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네가 컸어도 내 눈에는 여전히 내 아기야.” 그 말 한마디에, 엄마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느낄 수 있고, 상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지고 상상만으로도 따듯해져 옵니다

tempImager2zQmL.heic 아빠의 붕어빵

내 상상 속 그런 딸은 엄마가 쓸데없이 자신을 걱정한다고 투덜거리지만, 그 속에는 엄마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모든 것이 부러웠습니다. 아니, 지금도 문득문득 그 따스함이 그리워집니다. 억만금을 줘도 가질 수 없는 그 따뜻한 사랑이 너무 그립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하나하나 상상하며 눈물이 울컥 올라옵니다.


나는 왜 평범하게 크지 못했을까? 나 때문인가? 맞아, 나 때문이야. 엄마가 말한 대로,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던 걸까? 나는 나 자신에게 화살을 돌려 자책합니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걸까?” 이제 생각해 보면, 다른 아이들이 아빠의 목마를 타고 까르르 웃을 때, 나도 아빠의 목마를 타고 싶었고, 아빠 무릎에 누워 예쁨 받으며 잠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저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나였습니다.


정말 평범한, 그냥 엄마와 아빠가 너무 그리웠습니다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 “넌 잘하고 있어, 잘 살고 있어”라고 말해주고, 아무 말 없이 어깨를 토닥여주며 뒤에서 든든히 기다려주는 그런 부모가 너무 갖고 싶었습니다. 이번 생에서는 가질 수 없겠지만, 이번 생을 잘 살아가다 보면 다음 생에는 나에게도 그런 따스함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토닥토닥, 너는 잘할 수 있을 거야.” 태어난 것이 죄가 아니라,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네 가족을 다 버리고 와.”

이 한마디에 나는 그동안 불평을 꾹꾹 참아왔던 내 인생에서 엄마를 등지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내가 걸린 백혈병이 결혼하고 아이들이 생기고 가족을 꾸리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긴 병이라고 믿었습니다. 항암 치료와 이식까지 했으니 새 몸으로 새롭게 시작하라는 엄마의 말은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소설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내 가정, 내 배우자, 내 아이들이 있는데, 어떻게 버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힘든 과정을 함께 해온 가족을 내가 조금 살아났다고 해서 버리라는 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엄마는 사위와 딸이 본인 손위에서 이리저리 가지고 움직여야하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너무 싫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엄마 편에서 이해하려고 해도, 왜 엄마가 나를 자신의 틀에 맞추려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가족을 버리고 오라는 말은 정말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었습니다.


부모라면 항암 치료와 세포 이식으로 힘들었던 딸을 걱정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어떤 부모들은 이제껏 다 키워주었으면 됐지, 더 이상 무엇을 바라냐고 할 수도 있겠지요. 내 생각은 드라마 속 헌신적인 부모들만을 떠올리게 합니다. 적어도 내 주변의 지인 부모님들은 아픈 나를 걱정해 주실 정도로 따뜻했습니다.

우린 이제 남이야 남보다 못한 사이야 우린..


그렇게 내 치료가 끝무렵이 다가오자 엄마는 내 가족을 버리고 본가로 들어오라고 통보했습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짜장이 좋아? 짬뽕이 좋아?” 고르듯이 가볍게 선택할 문제가 아닌데 말입니다.


버르장머리 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결혼하면서부터 미리 엄마에게 경고해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난 엄마처럼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삶을 살지 않을 거야!”

“네가 결혼해서 오래 살 줄 아냐? 아이고, 금방 돌아오게 되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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