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라는 아이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할 때
저는 독하디 독한 항암약으로 온몸에 좋은 세포 나쁜 세포를 싸악 밀어낸 후 조혈모세포이식을 했습니다.
조혈모세포이식이라 함은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받아 내 안에 새로운 생명을 심는 그런 이식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위해 깊은 마음에서 건네준 조혈모세포라는 선물 주신 공여자님의 따듯한 용기 덕분에 죽어가던 저는 살아났습니다
죽어가던 몸뚱이는 살아났지만 , 제일 중요한 멘털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렸어요
그렇게 살고 싶다고 울부짖었는데 , 살아나니 여기저기 아픈 몸뚱이가 방구석에 처박혀 나갈 엄두도 못 내니 더 우울하고 힘들고, 조금만 걸어도 호흡하기 힘들어졌고 손도 발발 떨렸습니다
정상인 호흡기정상수치가 90%인데 저는 이식 후에 70%에 머물러있습니다
물론 저도 암이 찾아오기 전에는 90%대였습니다
몸뚱이가 "나 200살이야 "를 외치는 듯. 모든 일상이 버거웠습니다
그러니 "나 이제 뭐든 할 수 있어!! 잘살아 보겠어!!!" 이런 감정조차 다가와주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화장실을 가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무너졌습니다
30대, 뭐든 멋 부리기 좋아했고 피부도 미친 듯이 가꿨던 사람인데, 항암으로 인해 까맣게 변해버린 피부, 주름은 자글자글 늘어지고, 푸석푸석한 피부와 핏기 없는 입술.
도저히 눈뜨고 보기 싫은 몰꼴.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 살아난 거에 감사하며 살아야지 배부른 소리 "라고 하겠죠?
맞아요. 저 항암 하면서 기절했다가 못 깨어났던 적도 있어요 (저는 기억에 없지만, 남편말에 의하면, 때려도 보고 꼬집어 봐도 반응조차 없었다는 후문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이라는 동물은 이리 간사합니다.
살려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말처럼 , 살려났더니 마음의 구렁텅이에 빠지다 못해 혼자만의 생각에 치닫아서 "나 왜 살아있지?? 나란 인간은 그때 그냥 죽었어야 했는데 " 이런 생각이 드니 , 우울증 진짜 무서운 거구나 생각했습니다. 일어서려 해도 우울이란 감정은 제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나를 바라보는 사람은 엄청나게 답답했겠죠?
"우울증은 게으르니까 생기는 거야 네가 바쁘지 않아서 그래 정신없이 살면 그런 소리 못하는 거야. 일을 해 일을.
아주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이런 말에 그냥 저항 없이 와르르르 무너집니다
나도 하고 싶다 벌떡 일어나서 당당하게 뭐든 하고 싶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굴곡이 찾아오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가끔 저는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부족하다고 다그칩니다
"어흐.... 했어야 했는데, 아니 왜 안 되지. 나는 역시 안될 인간일 뿐인가......" 자책하며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지식으로는 자신을 게으르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사실, 자기만의 기준이 높은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조금 더 나은 나를 꿈꾸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한결같이 사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결같아 보이는 사람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많은 인내와 참고 견딤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인내는 나 자신보다는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의 크기입니다
애쓰지 않아도, 힘을 짜내지 않아도, 마음의 시간은 흘러갑니다
붙잡을 수 없는 것이라면, 그냥 “잘 가” 하고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자.
그게 나를 위한 배려일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남을 이해하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죠
“나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라는 말은 누군가의 마음에 쉽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그저 그 사람의 삶을 조용히 존중해 주면 좋겠습니다
게으름과 번아웃은 닮은 듯 다릅니다
게으름은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고,
번아웃은 너무 열심히 달린 끝에 멈춰버린 마음
게으름엔 책임이 없고,
번아웃엔 지나친 책임이 있는 것
지금 나의 멈춤이 게으름인지, 아니면 지침인지 부디 스스로에게 다정히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답이든, 조금 더 나를 이해해 주고 기다려주면 좋겠습니다
#마음챙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