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가되, 다치지 않게 : 마음을 지키기
아프기 전에 하루하루 바쁘게 방방 떠서 다닐 만큼 지인들과의 왕래가 너무 즐거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나의 말에 무조건 같이 울고 웃어주고 다독여주었던 그 소중한 마음이 좋아서 , 모든 순간을 함께 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날벼락같이 저는 백혈병이라는 병에 걸렸어요. 그 병이 너무 창피하고 두려워서 말을 하지 못했어요 그렇게 소중한 인연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하루 이틀 연락이 끊기고 , 내 머리가 한 움큼씩 빠져가기 시작하면서 점점 다들 멀어지기 시작했어요.
병원에서 입원해 있다가 잠시 휴식기에 집에 와서도 집콕만 하다가 아이를 데리러 갈 때는 가발을 뒤집어쓰고 갔습니다. 빡빡머리는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절대 보여주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어느 날 지인들 무리를 보게 되었고 어색하게 인사하던 중에 한 명이 말합니다.
해맑게 웃으며 "머리가 왜 그래?? 가발 같아!!!ㅋㅋㅋㅋㅋ"
더운 날씨가 이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황해서 땀이 뚝뚝 흘렀습니다 집에서 가발 쓰고 봤을 땐 분명 꽤 괜찮았었거든요 가발은 땀을 흡수할 수 없어서 머리카락 끝에 땀방울이 또르륵 흘렀습니다
그게 땀방울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게 뒤도 안 돌아보고 아이 손을 냅다 잡고 집으로 날아온 적이 있습니다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고 나 자신이 초라했습니다.
정신 못 차렸는지 저 사이에 내가 없다는 사실에 더 서글펐던 기억이 있습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우리가 배워야 하는 거리
사람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어 있습니다
마음을 나누고, 다가가는 일은 언제나 따뜻하지만 어느 순간, 그 따뜻함이 지나쳐 상처가 되어 부메랑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애착 가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더 가까이 가고 싶었고 마음을 다 꺼내 보여주는 게 진심이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에도 크게 아주 쉽게 아팠습니다
한 해 한 해 갈수록 조금씩 저도 체념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거리는 결코 차가운 벽이 아닙니다 무관심도 아니고, 외면도 아니에요. 그저 내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너무 깊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여백이라고나 할까요?
누군가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다면 그 사람이 겪고 있는 슬픔이나 고단함을 쉽게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배워요.
조언은 때때로 칼날이 되고, 위로는 받아들이는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어떤 이야기에는 ‘내가 다 안다’고 말하기보다 그저 ‘그랬구나’ 하고 손을 꼭 잡아주는 게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더 깊은 공감이 될 수 있어요.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말보다 마음을 원하니까요.
혹시 오늘을 버텨내느라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말없이 토닥토닥 건네고 싶어요.
지금 이 거리에서, 나는 당신의 마음을 응원하고 있다고.
우리가 다정한 거리에서 서로를 지켜볼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안에서 상처 대신 따뜻함이 오래오래 머무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그렇게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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