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가 벼락맞을 확률
처음 간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 응급실 복도 한편에 누워있던 생각이 난다.
차갑고 무섭고, 백혈병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공포에 마냥 울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냥 내 뇌 속은.. 뭐지?? 뭘까...? 왜...? 그냥 그 의문만이 남았던 거 같았다
사람이 길 가다가 벼락 맞을 확률이 몇 프로나 될까? 나는 그런 로또 같은 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지금에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적어 내려 가지만, 암이라니.. 그것도 백혈병이라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하고 뭐든 방방거리던 나였는데 , 백혈병진단받자마자 숨기고 싶었다 아니 창피하고 수치스러웠다 그래서 모든 연락을 다 끊고 숨어버렸다
그 얕은 동정 어린 눈빛조차 받고 싶지 않았다. 어쩌다 ㅉㅉㅉ.. 이런 말조차도 나에게는 비수처럼 꽂힐 거 같았기 때문이다.
힘내라는 말도 힘이 나질 않고 약 올리는 거 같은 느낌.
그래서 나는 환우분들께 힘내라는 말을 건네지 않는다. 그저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 내가 깨끗이 길을 닦아놓을 테니 따라오시라고.. 그 말만이 그냥 위로가 될 것 같아 그렇게만 하고 있다
가뜩이나 유리멘탈이었던 나는 더더욱이 더 깊은 동굴 속으로 숨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ISFP-T
사람들은 종종 내게 말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조용하다는 건, 그냥 겉모습일 뿐이다.
내 머릿속에선 이미 하루에도 몇 번씩 영화가 시작되고, 혼자 속으로 중얼중얼 연극이 펼쳐진다
가끔은 길을 걷다가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에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이렇게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면 이 공기 못 느꼈겠지?" 왠지 세상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계획표’는 늘 예쁘게 꾸며 놓고, 정작 그다음 날은 어디 뒀는지도 잊어버리는 감성으로 살아가는 사람.
다이어리한권도 끝까지 써본적 없는 , 증흥적+무계획의 끝판왕, 늘 공감을 갈구하는 그게 바로 나.
시끄러운 곳보다는 조용한 카페 구석자리가 좋고, 사람들 사이에선 말하는 것보다 들어주기 좋아하고,
혼자 있을 땐, 말로 다 못할 감정들이 마음을 채워 잠 못 이루는 날도 허다한 걱정인형
눈치도 많고, 생각도 많다.
누가 툭 던진 말 한마디에 몇 시간씩 아니 며칠씩 마음을 헤매기도 한다.
그 사람의 의도가 뭐였을까,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닐까. 그런 고민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피곤한 스타일.
하지만 또 누군가 아프다 하면, 마치 내 일처럼 아파하고, 내 사람의 싫은 소리에는 병이 날 정도로 아프다가도 그 사람의 장난에도 마음이 환해지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작은 말들에 나 혼자 감동받는 날도 많다.
조용하고, 깊고, 느릿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나란 사람
정말 피곤하다.
휴..
#mbti #isfp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