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그 어머니 뭐 하는 분이시고?

전업주부 아니고요 프리랜서입니다

by 와이
“느그 어머니 뭐 하시는 분이시고?”
어느 영화의 명대사, 나에겐 꽤 현실적인 질문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적어가야 할 것이 있다고 나에게 물었다.

"엄마 직업이 뭐야? 여기 써야 돼"

하.... 올게 왔다.

난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운동선수 두 명 키우는 프리랜서?”…라고 하면 너무 구체적인가?

"프리랜서가 뭐야??"

"음........."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아이들 운동 픽업 택시기사,

집에 오면 영양사,

그 와중에 숙제 체크+멘탈관리하는 매니저.

심지어 아플 땐 퇴근 없는 간호사에, 학교 일정은 비서.

비상금 관리까지 하니 가정의 재무팀장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하루는 남편이 물었다.

“요즘은 뭐 하고 지내?”(남편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편.....)

순간, 세상이 정지된 줄 알았다.

‘요즘’이라니.

그게 뭔데. 그게 언제부터 언제까지인데.

운동 데려다주고, 빨래 돌리고 개고, 도시락 싸고, 마트 가고, 병원 예약하고, 애들 숙제 확인하고, 시댁 다녀오고 시댁약 타러 병원 가고 챙기고, 거기에 +글 쓰고 사진 찍고 잡다구리 한 개인일들..

나의 하루는 분단위로 움직인다.

그렇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들은 없다는 게 최대 단점입니다ㅎㅎㅎ

마치 전업주부가 늘 집을 치워도 티도 안 나듯, 이럴 거면 9시에 출근해서 18시에 퇴근하는 직장을 다니면 성과라도 보여 좋겠다 싶습니다..

애보느니 일하는 게 쉽다는 으르신들 말씀 백만 번 옳습니다.


또 삼천포로 빠져서 이야기해 보자면, 아프고 나서는 ‘휴식’이라는 단어도 사치가 되어 버렸죠.

나는 살아남았다. 아니, 솔직히 ‘살아졌다’에 가깝습니다.

하필 백혈병이라니. 하필 아이들 어릴 때라니.

처음엔 울다가, 그다음엔 검색하다가, 그다음엔 포기

근데 그 포기 속에서 이상하게 희망이 샘솟았습니다

글이라는 것을 써본 적 없는 제가 블로그에 처음 글을 쓰던 날.

“살고 싶다”는 말보다 더 강한 감정이 올라와서, “기록하고 싶다.” 내가 살아낸 오늘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백혈병으로 히크만을 알게 되고 환우분들에게 히크만 주머니가 부족하단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미싱은 원래 내 취미이자 일. 결혼 전엔 웨딩드레스 만들던 손이었으니. 그 손으로 주머니를 만들었습니다

나도 써야 했던 그것. 누군가가 내 걸 필요로 했다는 건, 내가 아직 쓰일 데가 있다는 증거였다.

무료로 나누면서, 나도 같이 살아났다. 정말로.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프리랜서로 돌아왔습니다

프리랜서 엄마.

정규직이 아닌 것도 맞고, 어디든 달려가야 하는 대기조도 맞고, 월급은 없지만 일은 늘 넘치고.

심지어 고객(두 아이)은 불만이 많고 많고 많습니다

엄마 왜 또 김밥이야.

엄마 왜 내 물병 안 챙겼어.

엄마, 엄마, 엄마.

하...........


그래서 가끔 이불 덮고 혼잣말하곤 합니다

“어디서 나를 찾는 소리 좀 안 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또 깨달아요.

이 모든 바쁨과 고단함 속에도,

나는 여전히 나를 ‘엄마’로 소개할 수 있다는 걸.


내 꿈이 뭐냐고요?

예전엔 없었는데,

지금은 있어요.


내 이름을 남기는 사람.

엄마로, 아내로, 프리랜서로, 그리고 그냥 나로.

나라는 사람이 여기 살아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러니까 다시 정리하자면요,

“너희 어머니 뭐 하시는 분이시고?”라는 질문엔 이렇게 대답해요.


“프리랜서요 “

월급 받는다면 월 500만 원은 받아야 할 여러 가지 몫을 해내고 있으니까요.(상상월급)

힘들지만 재밌고 보람찹니다. 가끔, 아주 가끔.”


제 소개 프리랜서.... 괜찮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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