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의 힘
난 불우한 가정 환경을 탓하며 사회를 향한 원망으로 똘똘 뭉친 못난이였어. 가진 것도 없고, 공부도 못 했으니 변화를 위한 꿈조차 엄두를 못 냈지. 솔직하게 말하면 공부나 변화에 아예 관심이 없었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았어. '남들이 하니깐 나도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붙어 있었지. 성인이 된 후에도 나는 온갖 편견과 집착에 매달렸어. 나답게 살지 못했고, 주변 상황에만 신경 썼어. 그런데 막막하고 답답했던 내 삶은 취미로 조금씩 달라졌어. '한 번 사는 인생 내 맘대로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취미가 틔운 작은 싹이 내 안에서 꿈틀거렸어. 어쩌먼 잃을 게 하나도 없어서 그랬는지도 몰라.
그렇다고 요즘 유튜브에 나오는 젊은 인플루언서나 부자들처럼 단기간에 뭘 해낸 것은 아니야. 난 천성이 소심해서 불도저처럼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타입은 아니었거든. 사교성도 그리 좋지 못했고. 그저 다른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알짱거리지 않고, 안정보다는 내가 이끌리는 삶의 방향성을 정하고 따라갔지. 그리고 차츰차츰 삶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어.
난 모터사이클을 타다가 직업을 얻었고, 블로그에 글을 쓰다가 작가가 되었고, 대금과 가야금을 익히며 우리 음악의 깊이를 알았고, 명상을 하면서 담배를 끊었고, 풀코스 마라톤으로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했고, 전통활을 쏘면서 기초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배웠어.
지금도 나는 차를 마시며 자연을 느끼고, 검술을 익히며 생과사를 넘나들고, 서예를 하면서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고, 경복궁 궁궐길라잡이로 봉사활동을 하며 사람들과 교감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있어. 또 정기적으로 뒷산을 산책하며 자연의 일부가 되고, 틈만 나면 영화와 책으로 다른 세상을 맛보기도 해.
나에게 취미는 좋아서 즐기는 행위 이상의 가치가 있어. 학교와 가정에서 배우지 못한 삶의 철학이랄까? 아니면 인간이 창조한 정신세계의 본질이라고 할까? 난 취미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어.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야. 대부분 시작은 호기심이었어. 그런데 깊이 빠져들수록 그 안에서 각기 다른 색으로 빛나는 역사와 전통과 철학이 보였어. 그것들은 대부분 인류의 피와 땀으로 엮인 산물이었어.
나는 조금씩 무언가에 익숙해지거나 실력이 늘어 가면서, 고수나 대가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 대부분의 취미는 배움으로 시작하여 성찰로 이어지더라. 그러니 내게 추가되는 취미는 새로운 배움과 같은 뜻이나 마찬가지였어. 덕분에 나만 생각하다가 우리를 돌아보게 되었고, 과거에만 집착하다가 현재를 즐기며 사는 법을 알게 되었어. 내가 어떤 생각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두 취미로부터 터득한 셈이야. 사정에 의해 함께한 날들이 짧은 녀석들도 있지만, 20 ~ 30년 동안 평생의 벗처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것들도 있어. 지금부터 그 얘기들을 편하게 나눠볼까 해. 내가 털어놓는 얘기는 보기에 따라 다양한 취미 유발 안내서도 되고, 한 개인의 성장 일기도 될 수 있겠지. 열린 마음으로 밝게 살아가려는 모든 이들을 환영해!
지금부터 영혼까지 살아 숨 쉬게 만든 내 취미들을 소개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