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배울게 많은 어른이
앞문까지 사람으로 가득했던 퇴근길 만원 버스 안.
나는 앞 문쪽 가장 앞자리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얼마나 갔을까.
앞 문쪽에 서계시던 한 남성분이 기사님께 정말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묻는 소리가 들렸다.
"죄송한데, 다음 정거장에서 앞문으로 내려도 될까요?"
그러자 기사님께서 호탕하게 말씀하셨다.
"아유~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앞 문 열어드릴게요~"
버스가 다음 정거장에서 멈춰 섰다.
남자는 하차 전 기사님께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내내 곁눈질로만 보다 하차한 대화의 주인공을 제대로 확인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기사님보다 한참 어린 내 또래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것 또한 어떤 편견일 것)
40대 중반쯤 돼 보이는 분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후문으로 이동이 힘들 때 버스에서의 앞문 하차는 '당연한 융통성'으로 생각했었다. 아마 이 분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된 것도 '저렇게까지 죄송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앞문 하차는 엄연히 금지된 약속인 만큼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 분을 보며 그런 내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당연하지 않은 배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배려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을 진심으로 표현하는 모습이 너무 멋진 어른 같았다. 가끔 이런 어른을 보면, 나도 꼭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