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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듀 May 20. 2021

우리 모두가 시한부다

갑작스러운이별에 대한 매일의준비 2

'시한부'라 하면 죽음을 앞둔 환자를 떠올리곤 한다. 그런데 사전적 의미를 보면 이렇다.

시한부 : [명사] 어떤 일에 일정한 시간의 한계를 둠.

'삶'의 한계보단 '어떤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떤 일'에는 다양한 게 담길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일'에 다시 '삶'을 넣어보자.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것처럼 당장 의사로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우리 모두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한부 삶이다. 시한부 환자와 다른 점은 본인에게 남은 시간을 알지 못한다는 것일 뿐 우리 모두는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쨌든 이렇게 시간의 한계가 있기에 우리 삶이 더 소중한 것이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죽음'과 '이별'에 대해 갑작스럽게 확 체감하게 되면서 '갑작스러운 이별에 대한 매일의 준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첫 번째가 나에게 허락된 오늘 하루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내고,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것이었다면 두 번째는 '나로 서기 준비'이다. 온전한 나로서 홀로 서는 삶을 위한 준비. 주변에 힘이 되는 사람이 얼마가 있는지와는 별개의 문제다. 사람은 결국 혼자 살아갈 힘을 길러야 한다. 


1. 더 즐겁게 일할 방법 찾기

나는 일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내가 운 좋게 일확천금을 얻게 된다 해도 일은 계속할 것이다. 일은 좌절을 주기도 하지만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자 활력이 돼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람 없는 일을 하는 건 죽기보다 싫어하는 나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진정으로 오래 즐겁게 일할 방법을 찾길 소망한다. 

내가 말하는 '보람'은 단순히 뿌듯함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일을 하면서 '가치 있다'라고 여겨지는 모든 것이다. 때론 단순 재미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고, 끝장나는 팀워크일 수도 있고, 눈에 보이는 성과나 결과물일 수도 있다. 

얼마 전 읽은 모베러웍스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책 <프리워커스>를 읽으며 '나 역시 힘들어도 지속 가능한 힘을 주는 즐거운 일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항상 꿈꿔왔던 것이었다. 물론 지금껏 일하면서 즐거웠던 순간순간은 존재하지만 장기적으로 그걸 끌어갈 만한 일이나 방법은 아직까진 찾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여전히 찾는 과정 속에 있다. 어쨌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찾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해볼 생각이다. 가끔은 안 하던 짓도 하면서.


2. 3개월 / 6개월 단위로 목표 세워 도장깨기

나는 계획을 좋아한다. 그래서 매년 12월이면 내년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작년엔 절반 정도를 이룬 것 같다. 그런데 1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다 보면 너무 변수가 많고, 달성하는데도 차질이 생기곤 했다. 그래서 1년 버킷리스트 목표와 세부계획을 3개월, 6개월 단위로 나눴다. 그랬더니 조금 더 현실적이고 순차적인 세부계획을 세울 수 있었고, 변수에 대한 대응도 쉬웠다. 목표 실현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었다. 이 계획엔 일/소비/휴식 등 모든 게 포함된다.


3. 청약 꾸준히 도전 / 공부하며 투자하기

가장 현실적인 나로 서기 준비가 아닌가 싶다. 나이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집  없는 자의 설움을 체감한다. 집이 있음으로써 벗어나는 매달 혹은 매년의 스트레스와 달라지는 세이브 비용은 매달릴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특히 노년에는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집이 '전부'는 아니지만 '전부 비슷한 것'쯤은 된다 싶은 요즘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애초에 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하다면 모를까 저축만으로 집 사고 재산을 불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적어도 내 한 몸 나다움을 추구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부를 축적하는 게 나의 목표다.


4. 잘 쉬고, 꾸준히 운동하기

민폐 끼치는 걸 죽어라 싫어하고 책임감이 강한 나는 웬만하면 내가 하고, 웬만하면 내가 해야 하니 잘 쉬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는 책임도 적당히 지고 적절히 쉼을 섞어가려 노력한다. 책임에도 실속이 필요하고, 무조건적인 책임감은 나만 병들게 할 뿐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쉼과 더불어 중요성을 느끼는 게 운동이다.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체력이 예전만 못한 걸 느낀다. 무슨 일을 하던 결국 인생은 체력전이다. 중요한 순간 한번 더 박차고 나갈 수 있는 힘은 체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정말 힘을 써야 할 때 박차고 나가기 위해, 오래도록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잘 쉬고 꾸준히 운동할 것이다. 


5. 多독가와 기록가

늦둥이 외동인 나로서는 조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부모님과는 세대가 너무 달라 조언으로 얻는 부분에 한계가 있고, 간혹 사회생활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지만 때론 대화 자체가 부담인 순간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건 '독서'라고 생각한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책은 남이 고생해서 얻은 지식을 가장 쉽게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독가의 문장력과 어휘력은 남다르다. 글뿐만 아니라 대화를 하거나 PT 하는 걸 듣다 보면 남다른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어김없이 다독가였다. '말 잘하는 사람'을 꿈꾸는 나로서는 다독을 안 할 이유가 없다.

내가 다독과 기록을 좋아하고 실천하는 이유엔 스트레스 해소도 있다. 인생에서 답답함이 느껴질 때 조용히 남이 쓴 글에 위로받고, 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기록하곤 한다. 간혹 너무 솔직해 찌질해 보여도 상관없다. 찌질함도 나의 어느 한 부분일 테니. 다독과 기록 모두 나다움을 찾아가는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내게 남은 시간을 알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만으로 삶이 너무 소중하기도, 너무 지루하기도 하다. 

늦둥이인 나 역시 부모님의 죽음과 부재에 대해서는 또래보다 실감하고 사는 편이지만, 나 자신의 죽음은 먼 훗날의 이야기로 느껴지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삶이 재밌다가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때면 까마득하게 남은 날들을 어떻게 잘 살아가야 하나 싶어 아득하고 막막하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가 현재 불행하다 느끼는 건 내게 내일이 주어진다 확신하며 너무 까마득히 먼 미래의 행복만을 좇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미래를 준비 안 하고 살 수도 없는 일. 그래서 나는 적당히 타협하기로 했다. 사실 위에 언급한 '나로 서기 계획'중 3번을 제외하면 거의 지금 당장 가능하고 지금 당장 달라지고 지금 당장 무언갈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동시에 매일 꾸준히 하면 미래도 달라지게 할 것들이기도 하다. 나는 그래서 위 5가지 계획을 매일 꾸준히 실천하며 다가올 30대와 40대를 좀 더 나답게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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