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필사

2021.01.30

by 애늙은이

아기가 태어나려 할 때는 어머니가 수시로 산고의 위험을 겪고, 돈 꾸러미가 쌓여갈 때는 도적들이 수시로 틈을 노리니, 어느 기쁨인들 근심이 없을 수 있겠는가? 가난은 씀씀이를 절약하게 만들고 병환은 몸을 아끼게 만드니, 어느 근심인들 기쁨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은 일이 잘되고 안됨을 매한가지로 보아 슬픔과 기쁨을 모두 잊는다.




귀를 거센 바람이 계곡에 불어 큰 소리를 내더라도 바람이 지나가면 소리도 따라 없어지는 것처럼 한다면, 시비를 가리는 소리가 멀어질 것이요, 마음을 달빛이 연못에 비춰 달 그림자 지더라도 달이 사라지면 수면에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 것처럼 한다면, 사물과 나를 구별하려는 생각이 모두 사라질 것이다.




세상사람들은 영예와 이익에 얽매여 있는 까닭에 걸핏하면 '티끌 세상, 괴로움의 바다'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정작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알지 못하니, 흰 구름과 푸른 산, 흐르는 시냇물과 우뚝 선 바위, 반가운 듯 활짝 핀 꽃과 웃는 듯 지저귀는 새, 그리고 대답하듯 메아리치는 계곡과 나무꾼의 흥을거리는 노래 가락이 바로 이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이다. 이 세상은 티끌 세상도 아니요, 괴로운 바다도 아니건만 사람들 스스로가 그렇게 느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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