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대한 회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 과거에 대한 회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가슴속에 수많은 벌떼들이 윙윙거리며 나를 괴롭히고 있다.
뻘건 불길로 가득 찬 가슴속에서 입을 열면 검고 탁한 연기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내일의 막중한 책임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그 도를 지나쳐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능력 이상의 일이 기다리고 있고 그 일을 해낼만한 상황이 아닌데, 해내지 못하면 몹시도 무섭고 창피한 일이 닥칠 것만 같다.
가슴이 무거워 숨을 제대로 쉬기가 어렵다. 도대체 이 무거운 가슴을 어찌해야 하나.
짐을 좀 벗어야 할 것 같다. 마음을 좀 가벼이 가지자. 자신을 진정시켜 보자.
내일의 일은 내일에 맡겨두자. 오늘의, 지금의 나에 대해서도 나는 책임지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내일의 나는 내일 해결하면 된다. 걱정은 그만하자.
이제까지 존재해 왔던 것처럼 미래에도 늘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지 말자.
나는 제한되어 있는 이상의 어느 것도 되지 못하는 그다지 믿을 바 못 되는 미물이기에.
과거는 돌아보지 않는 편이 낫다.
돌아오지 않을 시간의 귀퉁이를 잡고 한숨짓느니, 내 앞에 놓여있고 내게 나누어지기 위해 마련되어 있는 시간들을 가지려 노력하는 거다.
자신을 과신하는 마음에 속아, 현재의 나를 무생물과 다름없는 존재로 만드는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지 말자.
자신은 채찍질받지 않으면 달리지 않는 말과 소와 다름없는 동물의 한 족속임을 잊지 말자.
스스로에 속아 현실에 안주하고 그러다 실망하고, 스스로를 힐책하고 비난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모습을 반복하지 말자.
주어진 가능성보다는 더 많은 가능성을 찾아 되살려야 할 의무가 부여되어 있다.
미래의 결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믿기 위해.
미래의 시각은 보장될 수 없는 허무의 개념이기에, 자신은 오늘과 현재에 사는 존재이고, 현재의 순간은 그나마 믿을 수 있고 분명한 삶의 조각인 것이다.
현실을 분명히 부여잡고 내 것으로 만들자. 그러면 된다. 그것으로 되었다.
내 한계 이상의 의미를 찾으려 무리하지 말자.
'인생은 마라톤 경주다.'
전에도 자주 들었던 문구인데 오늘따라 유달리 깊은 공감을 가지고 그 의미가 다가온다.
인생이 하루이틀 꾸다 깨어날 꿈이 아니라면, 먼 앞날이 내게 던져주는 의미를 깨닫고 그를 좇아 애쓸 수 있어야겠다.
한 치 앞이 두려워, 용기 없는 현재를 산다면, 그 얼마나 어리석은 인생낭비인가.
넘어지든 고꾸라지든 해보는 데에 의의를 두자.
그 역시 내 것이고, 내 경험의 창고 안에 쌓일 보물들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