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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단 Mar 31. 2024

법이 늙었다 10

유교적 한국사회의 예속관계 1

   - 유교적 한국사회의 예속관계 1

 한국사회의 유교사상은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형태로 사회전반의 곳곳에서 한국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 유교사상의 본체를 알아보기 위해, 유교의 삼강오륜을 좀 알아보자.

 군위신강(임금과 신하 사이에 지켜야 할 강령), 부위자강(부모와 자식 사이에 지켜야 할 강령), 부위부강(부부간에 지켜야 할 강령)의 삼강과, 오륜으로서의 부자유친,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 군신유의 등이 있다. 즉, 부모 자식 간이든, 부부인 남녀 간이든, 나이차이가 있는 어른과 어린이 사이든, 임금과 신하처럼 직장이나 사회의 상하관계에서든, 모든 관계에는 힘과 권력과 경제적 강약에 따른 차이가 있고, 약자들은 강자에게 다소곳이 순종해야 하며, 그 힘에 의한 차이를 함부로 넘으려 하거나 깨뜨리려 하지 말고, 자신의 신분 안에서 강자에게 신의를 지키며 행동하라는 것이 삼강오륜의 주된 골자이다. 그리고 그것만이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는 도리라는 것이다.


 물론 이 유교사상 안에는, 강자가 약자를 불쌍히 여기고 보살피며 늘 자신을 수양하고 가꾸어 너그러운 마음을 쌓으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러나 그 한계는 어디까지나 강자가 정할 수 있으니, 강자에게 무조건 순종해야 하는 약자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강자를 이겨낼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오로지 착하고 자애로운 강자를 향한 끝없는 신의와 순종만이 약자로서의 올바른 도리이고 길인데, 세상에는 마냥 그리 착하고 너그러운 강자들만 사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에 그 모순점이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한국사람들은 이 유교적 윤리강령이라는 테두리 안에 갇혀 살아간다.


 비록 유교라는 종교를 한국사람들 모두가 믿지는 않더라도, 초등교육 단계에서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유교적 사상과 행동만이 옳다는 가르침을 사회전반 곳곳에서 받아, 그 영향의 굴레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방시킬 가능성이 사회적으로 거의 차단되어 있음은 물론이고, 오히려 사람들은 스스로를 그에 예속시키는 데에 한없이 순종적이기까지 하다. 나아가 이 유교사상만이 인간사회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유일한 행동강령이라고 굳게 믿고 이를 전 세계에 널리 퍼뜨리기 위해 몹시 적극적이기까지 하다.


 이 유교사상의 영향을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한국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절대적 관계이고, 특히 장남으로서의 부모봉양은, 사회적 인식과 법적 구속을 통해 헤어날 수 없는 중요한 의무와 예절인 동시에, 그에 따른 권한도 부여되어 있다. 물론 최근에는 장남의 부모봉양 의무나 권한이 법적으로 일부 없어지거나 다른 형제자매들에게 분산시키고는 있으나, 아직도 뿌리 깊은 장자우대사상에서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한편, 여자는 남편에게 예속되고 시댁에 대한 당연한 봉양의 의무가 있다. 이 역시 세대와 세대를 거듭해도 없어지지 않는 원천적 의무로서 결혼에 얽힌 여자들의 관계 안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제자는 교사에 대한 거역할 수 없는 순종의 의무가 있고, 이는 대학입시라는 제도와 결부되어, 그에 따른 정보와 자격부여라는 조건에 의해, 고등교사들은 거의 황제와도 같은 권위의 소유자가 되도록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고등교사나 고등과정을 가르치는 학원교사의 권력남용이나 오용에 타당성과 합리화가 부여되고 있고, 그에 따른 제자들의 반발은 냉담한 사회적 인식과 부딪히게 된다.

 최근 교사와 부모의 아이들 징계권을 박탈시키는 법이 생긴 것을 보면, 어쩌면 세상은 이미 올바른 방향으로 서서히 흘러가고 있는 듯하나, 그 속도는 너무 느리고 그에 따른 희생자들도 적지 않으며, 그 희생자는 바로 다름 아닌 미래의 주역인 어린아이들과 젊은이들이라는 점에서 좀 더 신속한 개혁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이 유교적 예속관계는 직장 내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부하직원의 상사에 대한 굴종의 원리, 고용인의 피고용인의 무기력을 이용한 맹목적 충성요구 등이 있다. 이 역시 강자에 대한 충성의 논리와 맞닿아 있는 유교사상의 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사회에는 굳이 유교사상이 아니더라도 자연적으로 부여된 강자와 약자 간의 예속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남자보다 힘이 약하고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떠맡아야 하는 여자의 단순가사노동과 자녀양육의 의무가 있다.

 나이 많은 사람이 나이 어린 사람에게 요구하는 맹목적이고도 당연한 존대의 권위가 있고, 사회 각 계층 간 갑질이라 불리는 당연한 권력구조가 있으며, 그 모든 것이 경제적 상하의 차이와 힘의 강약 차이에 의한 구속으로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또한 그러한 사회적 경제적 의존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약점을 부의 축적의 기회로 삼는 사업주들이 있고, 근로자들은 상사들의 눈치를 보고 아부나 뇌물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하며, 충성심의 과시를 위해 자신을 혹사시킬 필요성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은 주로 사회적 약자들에게 당연히 부여되는 필요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에 덧붙여 강자 떠받들기식의 유교적 이념까지 더해져, 그에 따른 제약이 더욱 강력해져 있고, 때로는 징계의 형식을 띤 폭력을 통한 약자에 대한 지배와 무시가 당연시되고 합리화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한다. 게다가 그에 대한 약자들의 반발에 사회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고, 이는 또 다른 비리와 뇌물수수의 필요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모든 사회 각계계층 간의 권력구조와 병폐, 그 모든 것이 인간으로서의 도리인 유교사상이라는 명목 하에, 또는 사람과 사람 간의 끈끈한 정이라는 이름 하에 공공연하게 인정되고 자행되고 있고, 그 구속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행위는, 법적 제재를 넘어서는 사회적 비난을 통해, 반사회적 행위로 간주되고 강력한 탄압과 비판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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