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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단 Apr 14. 2024

법이 늙었다 14

복지국가 스웨덴 2

    - 복지국가 스웨덴 - 노인에 대한 관점

 스웨덴에서의 노인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렇듯이 사회에서 쓸모를 다한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취직하여 일을 할 수도  있으나, 반면에 나이와 연륜을 감안한 특수한 권위를 부여받지도 않는다. 스웨덴의 교육제도와 취업제도가 이를 증명한다.

 나이와 관련 없이 언제든 교육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회 직업경험이나 육아경험을 대입 점수로 환산하는 제도가 있어, 사회적 경험이 풍부한 사람은 대학에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도 있다. 물론 기본적인 고등학교 학점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성인학교가 고등학교 단위별로 부속되어 있어 부족한 점들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나이에 관계없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최소한의 이자로 생활비를 대출받을 수 있어 고령의 학위취득자들도 적지 않다.

 언제든 하고 싶을 때에 공부를 할 수 있어,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어떤 이유로든 제한과 차별을 받거나 경제적 사회적 장해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노인의 취업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스웨덴에는 노인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정해져 있고, 그 나이가 되면, 본인의 자유의지에 따라 일하지 않고 편하게 연금으로 먹고살 수 있다. 그래서 세계여행 다니면서 한가로이 지내는 것이 대부분의 스웨덴 노인들의 일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취업의 문이 노인들에게 닫혀있는 것도 아니다. 행동거지에 불편을 초래할 정도가 아닌 한은 그들에게 취업에 있어서 나이 제한은 없다.


 반면에 스웨덴에는 우리나라에서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자동으로 부여되는 권위랄지 존대의식이 없다.

 젊은이와 노인이 동등한 위치에서 동등한 방법으로 서로 대화하고 경쟁하고 일한다. 어떤 면에서는 노인보다는 젊은이들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존중해 준다는 편이 옳을 것이다.


 나이와 경륜에 따른 권위가 지나치게 없어, 오히려 중장년층들이 그에 대해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그 정도의 나이면 사회경험에 의한 진중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있으니 당연히 존중받아야 마땅한데, 왜 나이에 따른 권위를 인정해 주지 않느냐고  불만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또 다른 반박론이 있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지나치게 재고 따지며, 생활에 찌들고 망가져 현실과 타협하는 법을 배우기에,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보다는 순응과 타협을 강구하게 되므로, 혁신적이고 새로운 변화에 장해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젊은이들에게는 아직 상처받지 않은 순수한 꿈과 희망이 있고, 이상을 추구하고 잘못을 고쳐보려는 용기와 패기가 있으므로, 노인들은 젊은이들의 신선하고 적극적인 실험정신을 따라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망가지지 않고 때 묻지 않은 선에의 의지와 정신만이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사회개혁을 이룰 수 있으므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 알맞은 제안은 젊은이들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 자체가, 이상을 꿈꾸던 젊은이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고, 권위적인 보수 노년층의 반대 방해공작과 그 모순에 의해 시련과 난관을 겪으면서 일구어진 것이므로, 보수와 권위와 노년이라는 단어 자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탓도 있다. 그래서 스웨덴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들보다는 젊은이들의 의견이 더 존중받는다.



    - 복지국가 스웨덴 - 존댓말의 소멸

 스웨덴에서는 그들의 언어에서 존댓말을 없애 버렸다.

 스웨덴의 언어에는 우리나라만큼 많지는 않지만 존칭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조차 없애버림으로써, 그로 인해 생기는 관계적 이격감을 없애려 노력한 것이다.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호칭도 그렇고, 사제지간이나 시부모와 며느리, 장서지간에도 서로 이름이나 이름을 짧게 줄인 애칭을 부를 뿐, 사장님, 부장님, 선생님, 시어머니, 시아버지 등의 호칭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주어진 자유만큼 버릇없고 노인과 어른들을 무시하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그래서 그에 불만인 중장년층도 존재하며, 그것을 보다 못한 중장년층들이 보수정권으로 바꿈으로써 해결책을 찾으려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회 전반적으로 젊은이들을 믿는 편이고, 한때 반항적이고 버릇없었던 젊은이들도 철들 때가 되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긍정적으로 사회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사회인이 되며, 스스로 그렇게 되도록 시간과 여유를 주고 기다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에게 나이에 따른 맹목적 복종의 무게가 짊어지워져서는 안되며, 되도록 스스로 망가져 볼 기회를 제공하되, 지나치게 망가지지 않도록 각종 사회적 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사회의 몫인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체벌을 절대적으로 배제한다. 그것은 부모자식지간이 됐든 사제지간이 됐든 남녀간이 됐든 부하상사지간이 됐든, 강자와 약자 간의 경우라면 어느 경우든 마찬가지이다.

 스웨덴에서 체벌 또는 폭력에 대한 법적 제한은 무척 엄하다. 어느 경우든 약자의 입장에서 하는 진술은 절대적인 진실성을 가진다. 증거나 목격자가 필요하지 않고 단순히 약자의 진술만으로 체포와 처벌이 이루어진다. 그 폭력에 대한 처벌은 벌금이나 사회봉사가 인정되지 않고, 최소 일주일 이상의 복역을 반드시 치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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