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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단 Apr 20. 2024

법이 늙었다 15

복지국가 스웨덴 3

    - 복지국가 스웨덴 - 사회제도

 스웨덴의 교육제도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자.

 누구든 원하는 시기에 경제적 걱정 없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음은 이미 이야기한 바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오히려 공부에 얽매이지 않은 학창 시절을 보내고, 이른 사회생활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충분히 탐색할 기회를 가진다.


 또 다른 면에서의 교육제도를 보면. 학생은 교사의 교수태도와 방법을 비판할 수 있다. 즉, 학생에게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교사를 기피할 가능성이 주어진다. 그러나 교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항의할 필요는 없다. 학교에 이러이러한 이유로 어떤 과목의 교사를 바꾸어 줄 것을 요구하면, 학교는 그에 합당한 조치를 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은 맹목적으로 교사에게 순종하지 않는다.

 물론 그에 따른 불합리한 일도 있다. 가끔은 교사들을 무시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어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도 있고, 그런 사례는 뉴스에 나올 만큼 대단한 이슈가 되기도 한다.


 학교는, 가정이나 학교 또는 다른 곳에서,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체벌이나 폭행 사례를 접수하고 보호하는 창구 역할도 담당한다.

 아이들은 자신을 체벌하거나 폭행한 어른이나 부모를 학교에 가서 고발하면, 여타 증빙자료 없이 아이의 진술만으로 그 어른을 체포 구속시키고 최하 일주일간의 복역을 하게 한다.

 이것은 여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여자들은 함께 사는 남자나 남편 등에게서 직접적 폭력은 물론이고, 간접적, 언어적 폭력으로 죽여버리겠다거나 하는 말로 신변에 위협을 느낀 경우, 경찰서에 신고할 수 있고, 그 남자는 그 즉시 일주일 간의 징역을 살게 된다. 그에 증인이나 증거는 필요치 않다. 단지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는 여자의 진술만으로 충분하다.


 근로자들은 충성심의 과시를 위해 자신을 근무시간 외로 혹사시킬 필요가 없다.

 주어진 시간 주어진 임무만큼 의욕 있게 일하고, 노동조합에 의해 자신의 위치를 견고하게 보장받으므로, 사주들은 근로자들을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


 근로자들은 사업주나 직장 상사나 영업 상대에게 아부하거나 뇌물을 바칠 필요가 없다.

 영업을 위한 식사 비용은 법으로 아주 적은 최대금액이 정해져 있어, 이를 위반하면 그 받은 대상은 처벌받는다.

 한국에서 노태우 시절에 만들어진 뇌물금지법은 뇌물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을 모두 처벌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법은 뇌물을 준 자와 받은 자 모두 입을 다물게 만드는 효과만 가져오고, 뇌물의 증거를 철저히 없애버려 뇌물 받은 사람의 위치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만들어 낼 뿐, 뇌물을 주지 못하게 하는 효과는 미미하다. 법의 효과를 위해서는, 뇌물을 준 약자의 위치에 선 사람은 처벌하지 않고, 받은 자만 엄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 복지국가 스웨덴 - 시민의식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다른 나라에서 흔히 보는 맹목적 애국심이나 민족적 자긍심이 거의 없다.

 월드컵 시즌에, 어디선가 열광하는 환호소리가 들리면, 스웨덴 사람들은 '저 쪽에 흥 많고 자국의 스포츠에 열광하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사람들이 살고 있나 보군'하고 웃어넘길 뿐이다.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했고 조 단위 부호로 유명했던 테니스 스타 비욘 보리와 그의 어린 연인이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것을 보고도, 코웃음 치며 자신이 더 잘났다고 말하는 스웨덴 친구를 보며 그 당당함에 놀랍고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스포츠 스타는 스타 자신을 위한 운동을 하여 스타 자신의 부와 명예를 축적할 뿐,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하며, 오히려 자신의 분야에선 자신이 그들보다 더 훌륭하고 대단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보이던 그 친구의 모습이, 그 스포츠 스타보다 더 크게 보였던 것을 기억한다.


 그들은 국제적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흥분하는 일도 드물다. 스포츠 선수의 명예나 그들이 일구어내는 승리가, 그들 자신의 명예나 승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에겐 목숨 건 무모한 신앙심도 없고, 국제적 배우나 음악인이나 스포츠스타를 중심으로 한 대리만족 따위도 없다. 그런 것 없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만족하며 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그들에게 이러한 안정된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해 준 정치인들조차 우러러보거나 하나의 권력집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는 정치에 취미를 가진 또 다른 사람들의 또 다른 직업에 불과하고, 자신은 나름의 직업에서 정치인들보다 훌륭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정치계의 우두머리였던 울로프 팔메 수상이, 늘 즐겨 입는 감색 근로자작업복 스타일로, 지하철이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일이 그들에겐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한 번은 TV에 울로프 팔메가 수상으로서 나와서, 앳돼 보이는 젊은이들 등 일반 사람들과 공개토론을 벌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일반 시민들의 공격적인 질문과 신랄한 비판을 받아야 했고, 어린 청년들로부터 울로프의 당당한 모습이 건방지고 오만해 뵌다는 표현도 들어야 했다.

 방송이 끝나고 그에게 악수 한 번 청하는 사람이 없었고, 수상인 울로프 팔메는 싸늘한 표정으로 등 돌리고 나가버리는 시민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삶의 불편이 모두 그의 잘못이라 여기고 있었고, 그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우리나라는 그때 당시 배우가 대통령의 대머리를 닮기만 해도 방송출연이 불가했던 시절이었다. 개인들끼리의 은밀한 대화에서조차 대통령의 호칭 한번 함부로 부르기가 겁나고 두려웠던, 막강한 군사독재정권 하의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들이었다.

 그때의 그 스웨덴 수상이 바로 스웨덴 국민들에게 그처럼 완벽에 가까운 사회보장제도와 의식의 개혁을 이루게 한 장본인인 울로프 팔메였던 것이다.


 울로프 팔메는 정치인들의 위상을 스스로 낮추어, 그 자신 수상 시절에도 평범하게 자신의 20평대 아파트에서, 낡은 작업복을 입고 개인적인 경호원조차 없이, 자전거와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던 사람이었다.

 물론 그의 그런 서민적 행동이 오히려 약점이 되어, 정적에 의해 암살을 당하는 이유가 되고, 그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는 실패했다느니 뭐니 하는 선언까지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긴 했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사회민주주의 실패선언은 스웨덴 국민들에게서 나온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당시 스웨덴 국민들은 지극한 만족감으로 삶을 누리고 즐기고 있었을 뿐이다.

 스웨덴 정치제도 실패선언은, 사회주의의 확산을 두려워하고, 자신들의 국제적 자본이 사회주의에 의해 잠식당할까 두려워하던 미국의 거대 자본가들에게 로비당한 미국 정부에 의해 선언된 것이다.

 그들은 스웨덴의 정치제도가 소련의 사회주의와는 전혀 다른, 사회민주주의라는 사실에도 무지하였다. 그저 사회라는 단어 자체에 치를 떨었던 것이다.


 이쯤에서 울로프 팔메라는 인물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아야겠다.

 지금부터의 팔메에 대한 기술과 그의 암살에 대한 내용은 대부분, 아래에 참고한 책들과 인터넷에서 인용한 내용들이고, 그 외 스웨덴 이민시절 TV와 신문 등 언론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과 실제경험들도 있음을 밝혀 둔다.

 참고된 책들은, Gunnar Fredriksson의 Olof Palme, Jan bondeson의 Blood on the snow, H.H.A. Cooper and Lawrence Redlinger의 The murder of Olof Palme - A tale of assassination, Deception and Intrigue with appendix: The assassination of Anna Lindh, Swedish Foreign Minister 등의 책들과 스웨덴 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려진 내용들 그리고 울로프 팔메에 대한 인터넷 위키백과사전의 내용도 참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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