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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단 May 04. 2024

법이 늙었다 19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가 외면받는 이유

    -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가 외면받는 이유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비웃으며 묻는다. 사회보장제도가 그렇게 잘된 나라에서, 자살률이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지 않았었냐고.

 사회제도가 잘 보장되어 있어, 먹을 것 입을 것 집 직장 걱정 없이, 공부면 공부, 일이면 일,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는 나라에서 자살률은 왜 그리 높았던 건지 몹시들 궁금해한다. 훨씬 더 못살고 가난한 나라에서도 굶어 죽을지언정 자살은 하지 않는데 말이다.


 또한 지나친 사회보장이 노력하려는 동기부여를 박탈하여, 게으르고 보조금에만 의지하는 나태하고 나약한 국민들을 만든다고도 말한다.

 그러니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는 미국이 말한 것처럼 실패한 정치모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재 세계 oecd국가들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한국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하다고 소문난 사람들이 살고 있고, 한국전쟁 이후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어 국민소득이 높은 선진국으로 거듭났지만, 막상 사회보장제도는 상당히 낙후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말이다. 게다가 그 자살의 이유도 대부분 경제적 이유 즉, 먹고살기 힘들어서이니, 참으로 아니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스웨덴에서 자살률이 높았던 이유는, 사회보장제도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구가 지나치게 적은 데다, 춥고 어두운 기후 탓이 더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사회보장제도로 인한 이유도 없진 않았을 것이다.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가 놓친 부분은, 인구는 몇 안되지만 국토는 넓은 나라에서, 타인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으니, 개인적 고립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점이다. 자립적으로 먹고살만하니 타인이 필요치 않게 된 것이다.


 수줍고 수동적이고 내성적인 스웨덴 사람들이, 그러지 않아도 사람도 얼마 없어 사람 만날 기회도 드문 나라에서, 사회적 재정적 독립까지 보장해 놓으니, 그간 입에 풀칠하기 위해 억지로라도 만나야 했던 사람들까지 모두 차단되고, 개인은 독립이 아닌 고립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자존심 강하고 이성적이며 내성적이고 수동적인 스웬덴 사람들은, 냉정하게 거절당하길 두려워하여 스스로 냉정해지고, 비판과 비난을 두려워하여 사전에 타인을 차단하고 스스로를 소외시켜 버리며, 자신을 고립시키는 성벽을 높이 쌓아 놓고, 그 안에서 외로워하고 무료해하며 막연히 죽음을 생각해 보기도 하였을 것이었다.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는, 사람들의 불필요한 경제적 예속관계를 끊어놓고 독립적으로 살게 만드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막상 독립하고 분리되어 외로운 사람들을 다른 건전한 방식으로 이어주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 어두컴컴하고 추운 나라에서, 수줍고 소심하게만 사는 스웨덴 사람들에게, 타인과의 접촉과 인연은 막중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정부는, 사회적 관계를 맺는 일은 개인의 역량과 운에만 맡겨 놓고, 그에 따른 외로움과 열등감까지도 철저하게 개인 각자의 부담으로 짊어지워 버린 것이다.

 그래서 스웨덴사람들은 스페인 사람들이나 이탈리아 사람들과 같은 즉흥적이고 적극적이며 재치 있는 사람들을 선망하며 부러워하곤 하였다.


 사실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는, 지나치게 경제적 자립에만 치우쳐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는, 사람들 간의 불필요한 경제적 사상적 종교적 예속관계를 끊어놓는 데에는 충실했지만, 정작 사람들이 고립된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데에는 무관심하였다.

 예를 들어 경제적 자립을 통해 끊어진 가족 간의 관계나 다른 유대관계를, 다시 되돌이키거나 새로운 관계를 원할 때, 사회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도 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스웨덴 사람들의 성향은, 넓은 국토에 비해 인구밀도가 낮은 탓인지, 아니면 일 년에 단지 두 달간의 봄과 같은 여름을 제외하면 늘 춥고 비나 눈이 오고 어두침침한 기후 탓인지, 전반적으로 몹시 내향적이고 수동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독과 그에 따른 무기력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약이나 자살과 같은 자신을 파괴하는 일을 생각하기도 하는 듯하였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타인과 타인의 인정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회적 동물임이 이에서 여실히 입증된다.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가 생각지 못한 또 다른 면은, 나름의 노력으로 경제적 사회적 부를 이룬 기업이나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그 이익을 세금으로 박탈하는 일이, 그 개인과 기업만의 손해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이나 개인에게 세금을 부과하면 할수록, 그 이익은 세금을 피해 다른 나라로 빼돌려지기 때문이다.

 현재 스웨덴의 많은 유명기업들은 엄청난 세금과 상속세를 못 이겨 다른 나라에 팔린 상태이고, 그로 인해 스웨덴에는 상속세가 아예 사라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사회보장제도는 사람들 각자의 독립된 삶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그들이 원할 때 적절하게 맺어줄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라는 어떤 연대감, 또는 같은 호기심이나 취미를 중심으로 뭉치고 만나는 유대감, 그를 통해 서로 만나게 되는 동기나 기회의 부여도, 사회의 한 역할로써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현재 그 역할의 대부분은 인터넷이 충족해 주고 있으나, 좀 더 체계적이고 안전한 법적 보장의 틀을 마련하여, 사회의 보호망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독재적 자유방임주의의 나라인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여러 군사독재 정권자들의 만행과 해악을 충분히 경험하고, 그 후 스웨덴으로 가서 그 나라의 복지제도가 가장 아름답게 꽃 피우던 시기에 그 나라에 살면서, 그 복지제도의 장점과 이익을 충분히 맛볼 기회를 가졌던 나로서는, 울로프가 이룩한 완벽한 사회보장제도에서 나아가, 보다 더 강력하고 우수한 이상적 정치모델이 나타나, 많은 사람들이 그로써 행복하게 될 것을 꿈꿔보고 그렇게 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그리고 그 정치제도는 일개의 개인이 꿈꾸고 일구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이지와 노력의 결과로써 이루어내어, 쉽게 무너지고 포기되지 않는 강력하고 단단하면서도,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유연하게 바뀔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들은, 스웨덴이 일군 사회복지제도가 미국이 말하는 것처럼 실패한 정치제도가 아님을 알아야 하고, 사회적 합의와 타당성을 바탕으로 한 복지제도가, 사람들을 게으르고 수동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개인의 무한한 활력과 의지를 이끌어내는 제도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지제도로 인한 경제적 자유가 가져다주는 창의적이고도 무한한 발전가능성이, 사람들에게 그리고 이 세계에, 얼마나 무한긍정의 창의적 발전을 제공해 주는지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미국이 주장하고, 그들이 세계에서 가장 우월한 정치이념이라고 부르짖는 자유방임적 민주주의에 대해 잠시 들여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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