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유방임적 민주주의 3
- 미국의 자유방임적 민주주의 3
정신적 문화적 교육적인 분야에서는,
'네 생각이 틀렸어. 잘못된 네 생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피해받고 있잖아. 그냥 생각 좀 바꾸면 안 되겠니? 그러면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거든. 그러니 네 생각 좀 바꿔.'
라고 말하면 끝난다.
그리고 그 생각이 맞다는 검증이 사회적으로 이루아지기만 하면, 그에 따라 교육체계도 바꾸고, 사회제도도 바꿀 수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 경제적 차원에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안락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 단지 기득권자들의 생각 하나만 바꾸면 끝나는 게 아니다.
그 권력자들이 가진 돈과 그들이 마음대로 휘두르는 권력도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걸 내려놓으라고 하기에는 그들의 힘이 너무 커서 이를 강제하기 어렵고, 실제로 이를 강제하려다 목숨까지 희생당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게 역사적 현실이다.
사실 이 살아내기 쉽지 않은 세상에서, 인고의 노력으로 취득한 권위와 경제력이라는 큰 덩어리들을 내어놓기란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진 게 많은 최고권력자들이,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내놓아야 한다고 스스로 주장해야 가능한데, 대다수의 기득권자와 강자들은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권력과 경제권을 내놓기 싫은 기득권자들이 펼친 논리가, 정치적 논리의 다양성이라는 것이고, 그로써 보편적 복지를 억제하여 가진 자들의 기득권을 나누거나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문제는 실제로 가진 것도 그다지 많지 않고, 기득권도 별로 없는 지식인들이, 앵무새처럼 그 기득권층 흉내를 내며, 유독 정치적 경제적 분야에서는 한계 없는 다양성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에 있다.
강자를 따라 하면 나도 강자가 되는 듯한 착각이 불러일으킨 현상이지만, 결국은 그 착각이 지식인이라고 자부하는 많은 사람들을, 기득권층들의 하수인이나 앞잡이가 되게 만들고, 애꿎게도 그들이 이 사회가 궁극의 이상향에 도달할 기회와 시간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사실은 지식인들도 생각이 없어서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끝까지 우아하고 싶은 것이다.
지식인들이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도덕적 양심을 가지고, 지나치게 많이 가지게 된 것들은 너희 것이 아니니 좀 내놓으라'
라고 설득할 때에는, 단지 생각만 바꾸라고 설득하면 되는 게 아니다.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제도나 경제적 제도도 바꾸어야 하고, 이를 바꾸려면 근본적으로 이를 바꿀 힘과 경제권을 가진 자들에게 그 권력과 경제권을 스스로 내려놓으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권력층들과 맨몸으로 부딪쳐 싸우거나 빼앗기도 해야 한다. 공부만 하는 우아한 학자들에게는 너무 무리한 일인 것이다.
게다가 '너 돈 내놔, 권력 내놔. 가진 거 다 내놔.'라는 말은 우아하고 고고한 학자들에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도둑 강도들이나 해야 할 말인 듯싶은 것이다.
그래서 그 우아한 학자들이 찾은 타협점이, 기득권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내놓을 때까지 기다려주기이다.
기득권자들이 정치이념의 다양성을 부르짖으며 그들이 가진 것들을 합리화하자,
'그래, 너희들이 맞아, 우리도 강도나 도둑은 아냐'
하면서, 몹시 착하고 우아한 척, 노블레스 오블리쥬라는 논리로, 소극적인 자신들을 포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득권층들이 알아서 그 무진장한 돈의 일부라도 좀 기부해서 내놓아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도둑 강도처럼 '너 돈 내놔, 가진 거 다 내놔.' 하면서 정치했던, 공산독재주의의 몰락을 바라보면서
'저건 정말 아니었나벼' 하며 자신들의 신념을 포기한 학자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들이 이상을 포기해야만 했던 이유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권력자에게 반하면 돌아오는 것은 비참한 죽음과 사회적 몰락뿐임을 그들은 역사적 정치적 사건사실들을 통해 뼛속깊이 배워 알기 때문일 것이다.
또는 정말 몰랐을 수도 있다. 스웨덴의 울로프 팔메 시절 그 꿈같은 복지가 가져다주는 개인의 무한한 자유와 자신감을, 그 발전적 행복감과 창의적 기동력을, 그런 세상이 실제로 존재하고 존재할 수 있음을.
학자와 지식인들 아니 모든 사람들에게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왜 북유럽국가들이 소련 같은 공산주의 국가들처럼 몰락하지 않고 오히려 승승장구하며, 이 복잡한 세계의 정치경제구도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그 국민들이 헐벗거나 굶주리지 않고 여유롭게 살 수 있는지.
왜 북유럽국가들이 한국이나 다른 개발도상국들처럼 높은 경제적 발전을 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국민들은 점점 더 부유해지는지.
이런저런 경제논리로 요리조리 잘 살 궁리만 하는 미국과 영국 등의 자유방임 민주국가들이, 세계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나날이 빈부격차만 벌리고 있는 동안, 어두컴컴하고 춥고 얼어붙은 북극하늘 아래에 사는 북유럽인들의 행복지수는 왜 나날이 하늘을 찌를 듯 높아만 가는지, 모두들 직접 체험하고 배워 봤으면 싶다.
말로 백날을 설명해 봐야 의심과 회의만 되새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정 깨달아야 할 삶의 철학과, 정치적 이상을 이 사회의 어느 시발점에서부터 찾아야 하는지 되새겨 주고 싶다.
그들이 권력자들에게 굴종만 하는 삶은, 그리 안정적이지도 행복하지도 않음을 좀 더 깊이 현실적으로 생각해 봤으면 싶다.
그리고 그들이 미약한 힘으로나마 현실과 부딪쳐 새로운 삶의 가치를 이루어내는 일이, 그들 자신뿐 아니라 미래의 모두에게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일임을 깨달았으면 싶다. 지레 겁먹고 피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