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기본 - 미국식 학교교육 2
-복지의 기본 - 미국식 학교교육 2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건의 대부분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바로 이 팀별과제와 공동작업 그리고 팀별 경쟁구도 때문이다.
그룹 내에서 공부에 주력하거나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소위 공부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그룹의 성적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있고, 그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의 비난과 책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은 결국 왕따를 당하는 일을 피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자신 때문에 그룹 점수가 깎이고, 결국 그룹 내에서 왕따 당하고 도태되는 아이들은, 친구들의 비난에 주눅 들어 자신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친구들에 대한 미움과 분노도 함께 키우게 될 것이다.
그런 아이들의 분노와 억울함이 학창 시절 내내 쌓이면, 그것은 지울 수 없는 치명적인 정신적 상처가 될 것이고, 그 상처가 자신과 타인을 미워하게 만들며, 그것이 다른 원인과 결합되어 광기로 발전하면, 교내 총기난사라는 사건으로 발현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하찮은 들풀들도 나름의 잎모양과 갖가지 색깔의 꽃들과 독특한 향으로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빛낼 줄 아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 노래를 잘하는 사람, 춤이나 연기, 그림 등등 많은 색깔과 재주를 지닌 사람들이 있는데, 그 모두가 같은 공동작업에서 같은 성과를 일구어 낸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도 개인의 능력을 발굴하기보다는 그룹의 성과만을 중요시하는 교육체계가 갖추어진다면, 그것은 아이들에게는 몹시 답답하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은 교사가 바라는 것처럼 서로를 가르쳐주기보다는 서로 비난하고 탓하며 과제수행을 잘 못하는 타인의 과제까지 자신이 떠안게 되는 상황에 불만하게 될 뿐이기 때문이다.
정보와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자라나는 요즘의 아이들은, 행동양태나 몸도 그렇고, 생각이나 의식도 어른들의 어린 시절보다 많이 앞서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기보다는 컴퓨터 앞에서 혼자 놀기에 익숙해 있고, 그만큼 독립적인 것을 좋아하여, 어른들의 충고나 참견에도 반발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 내리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만큼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습성에 젖어있는 아이들에게, 같은 또래가 이래라저래라 참견하고 비난하는 일은, 결코 견디기 쉬운 상황이 아닐 것이다.
사실 그와 같은 상황은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의 분노와 미움을 불러일으킨다.
학교는 획일적인 책임과 명령체계가 필요한 군대가 아니다.
모두가 똑같은 작업을 함께 협동하여 수행해 내야 하는 방식은 교육의 마당에서는 되도록 지양되어야 한다.
교육제도는 아이들 각자의 개성과 재능을 발굴해서 창의력을 키워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공부를 즐겨하는 나이도 사람마다 다르다.
공부는 자신이 하고 싶을 때에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스스로 해야 즐거운 것이지, 타인에게 해가 될까 비난받을까 두려워 쫓겨서 하는 공부는 그 누구에게도 즐거움이 될 수 없다.
주변에서 만났던 아이들 중 공부는 재미없어도, 심심할 때 같이 놀 수 있고 고민을 나눌 친구들이 있어, 학교는 좋은 곳이라고 말하고, 학교 가기를 즐거워했던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이 학교수업뿐만 아니라 같은 반 아이들까지도 싫어하게 되는 것은, 이 모둠별 공동작업제도의 심각한 문제점들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특히 두드러지는 점은, 남자아이들이 이 공동작업 때문에 여자아이들을 무척 싫어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자애들은 잔소리가 많고, 잘난 척하며, 참견이 많아서라고 한다.
남자아이들보다는 여자 아이들이 학교 교육방식에 좀 더 순종적이고 열성적이어서, 그보다는 해이한 태도를 가진 남자아이들을 잔소리로 다그치게 될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결혼도 안 해본 남자아이들이 여자혐오증까지 가지고 성장하게 된다면 이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어리고 예민한 아이들이 서로 상처 주고 미워하게 되는 이 미국의 모둠별 공동작업이란 교육방식이, 어떤 좋은 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폐해는 크나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이 교육방식을 계속 고수해 나간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서처럼, 개인의 집단을 향한 미움과 분노와 피해의식으로 인한 무차별적 공격이,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