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단 Jul 06. 2024

법이 늙었다 37

노인이라는 단어에 대하여

   - 복지의 기본 - 노인이라는 단어에 대하여


  나이에 의한 상하위계도 사라져야 할 것이다.

 우선은 이 '노인'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학의 발달로 100세 아니 어쩌면 200세 이상까지 살지도 모르는 이 시대에, 노인이나 고령자라는 개념은 별 의미가 없다. 아니 그 개념조차 없어져야 한다.


 이제는 사람들은 청년과 노인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으로 구분되어야 한다.

 젊은 사람들도 병이 들면 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약자가 되듯이, 나이 든 사람들도 병들고 힘없어 환자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건강하고 생활력을 갖춘 일반인의 개념으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노인에 대한 편견도 없어질 것이고, 노인이라 직업을 구하기 힘들어 벌어먹기 힘들고 가난해지는 상황도 없어질 것이다.

 그래야 노인이라 청년들보다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로, 모든 일에 대한 기회가 차단되는 불평등도 없어질 것이고, 오래 산 사람들의 경험 많은 고급 노동력을 이 사회에서 계속 유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노인들도 살만한 세상, 아니 죽지 않고 살고 싶은 세상이 될 것이다.


 존댓말도 사라져야 한다.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서로 똑같이 존중하고 우대되어야 하는 세상에서,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더 우위에 서겠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동시에, 존대나 우대의 개념도 함께 없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이 든 사람들 스스로 자신의 권위의식을 내려놓아야 한다.


 즉, 나이차별을 받지 않으려면, 나이 든 사람들 스스로 나이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 먹은 것이 자랑이 아님을 자각하고, 나이로써 상대방을 제압하고 우위에 서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자동적 기득권을 부여해서는 안될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현명해지고 지혜로워지며, 세월에 따른 기술과 정보의 축적으로, 자연스럽고 이유 있는 존중받음을 의미해야지, 세월 따라 야비해지고 부패하고 망가진 사람에게까지 무조건적인 기득권과 존경심을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이에 의한 기득권 때문에 오히려 자신보다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갖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게 되고, 나이 먹음에 따라 얻는 자동적 기득권은, 또 다른 시작이나 도약과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가진 모든 재능과 역량과 경험이 거부되는 풍조가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는 그 능력여하를 불문하고 모든 기회가 차단되는 사회기조가 이미 형성되어 있고, 이 사회가 크게 변화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 나이차별은 존속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나이 먹은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는 풍습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나이 먹은 사람 자신들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미 다른 많은 나라에서는 일찍이 그 폐단을 깨닫고 존댓말을 없앴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날이 갈수록 존댓말의 악습이 더욱 고색창연하게 발전되어 왔다.

 존댓말에도 더 높은 존대와 약한 존대의 구분이 있고, 반말에도 강한 하대와 중간 반말과 약한 반말 등의 구분까지 있다.

 게다가 젊은 사람들은 이에 한술 더 떠, 몇 살 안 되는 나이차이에도 심지어는 몇 개월의 차이에도 존댓말을 요구하고, 형 아우, 언니 동생, 선배 선생님 등의 호칭을 하고 요하는 등, 이 악습은 날이 갈수록 발전되고 있다.


 이 존댓말은 이미 기득권을 가진 나이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없애지 않으면, 젊은 사람들이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기득권자들이 그 폐습을 유지하려는 노력만 해왔기 때문에 더욱더 발전해 온 것이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들은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게 되고, 결국 노인 자신들이 걸어놓은 우대조건에 스스로 발이 묶이는 걸림돌 투성이의 사회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스스로 이 기득권 아닌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악습을 없애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나이 먹고 가진 자들이 좀 더 깨이고 열려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스스로 모범이 되고 스스로 벽을 허물어야만 모두에게 좀 더 숨통 트이는 사회가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법이 늙었다 3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