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단 Mar 16. 2024

법이 늙었다 5

간접민주주의

   - 간접민주주의

 현대의 법이, 현대에 어울리지 않는 고대에 만들어진 늙은 법임은, 누구나 다 아는 듯하다.

 그동안의 정치체제는, 일개의 통치자가 다수의 지원을 받은 몇 명의 다른 인물들과 함께, 그들을 뽑은 다수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명목 하에, 그들 소수의 의견들을 주장 관철하는 간접정치로 이루어져 왔다.

 그 결과, 발언권과 결정권을 가진 소수권력층이 존재하게 되고, 그 권력을 이용하여 그들 권력층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소수 경제적 이익집단이 생겨나고, 사회 전체는 그들 소수의 이익만을 위해 경영되기도 한다.


 힘없는 다수는, 막강한 재력과 권력을 기반으로 한 소수집단에 의해 지배받고, 그들 소수권력층의 인간성이나 의지 여하에 따라, 행복할 때도 있고 불행해하기도 하면서, 그것이 마치 다수의 의지인 양 포장되어 왔다.

 그 속에서 더 힘없고 더 약한 소수의 의지는 쉽사리 무시되거나 부서지고 짓밟혀야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의 정치적 대표모델로 운영되고 있는 간접민주주의는, 유럽 왕정시대에 귀족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무한한 왕의 권력에 맞서 왕의 힘을 약화시키고 귀족 자신들의 주장과 그들을 위한 정책에 힘을 실으려 했던 귀족들은, 그들의 의사가 마치 다른 모든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였다.

 그들이 주창한 간접정치는, 사실은 귀족들 자신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뿐이지만, 그들에게 명분과 힘을 실어주기 위해, 그들의 주장이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것인 양 미화된 것이다.


 사실 그 시대의 국민들은, 이미 거의 모든 것을 가지고 누리는 왕과 귀족들에 의해 모든 경제적 이익과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선과 악을 판단할 시간조차 없는 집단으로서, 그들이 올바른 생각과 주장을 할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국민들의 약한 지위를 악용하여, 귀족들은, 배우고 깨우친 자신들의 생각과 판단이 더 옳으리란 전제 하에, 자신들이 모든 법을 만들고 지배하고 판단하도록, 간접정치라는 정치틀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 귀족들의 주장이 그 시대상황에서는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니었을 수 있다.


 그러나 견물생심이라고 귀족들의 간접민주주의는 귀족 자신들의 부의 축적과 권력강화만을 위한 정치제도로 발전되어 갔고, 그로 인해 유럽 여러 나라의 빈부격차는 날로 커져만 갔다.

 안타깝게도 그 체제가 마치 정의를 구현하는 유일한 체제인 양, 전 세계로 퍼져나가서, 대다수의 나라에 의해 채택되고 운영되어 온 것이다.


 물론 그 간접정치체제도 이를 운영하는 운영자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온 것은 사실이다.

 또한 전쟁과 같은 긴박한 위급상황이나 재난 등 위기상황에서는 필수적으로 채택될 수밖에 없는 체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간접정치의 내용과 적용방식은, 그 이행자들에 의해 조금씩 달라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어 오면서, 다수를 위하기보다는 소수권력층의 권익을 주로 대변해 왔다.

 자신의 이로움만을 꾀하는 정책자들에 의해, 다수를 위한 정책은 무시당하고 버려지기도 하였으며, 욕심 많은 정치가는 자신만을 위한 정체를 형성하여 장기간 독재를 할 수 있게 법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도 하였다.


 물론 그 와중에도 헌신적으로 모두를 위한 정치를 펴는 사람도 있었으나, 그것은 그가 살아있고 올바른 사고로 올바른 정치를 하는 한계 내에서만 가능한 한시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발전가능성을 시기한 더 큰 권력을 가진 다른 나라의 조작에 의해 암살당하거나 굴욕 당하는 방법으로 좌절당하기도 했으므로, 늘 그렇게 한 명의 올바른 정치가가 모두를 위해 올바른 정치를 해주기만을 희망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결국 발전된 현대국가의 국민들도, 성군이 니타나 주기만을 고대하던 힘없고 불쌍한  고대 왕정시대 백성들의 처지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법이 늙었다 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