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말속에 사용되는 수식언
- 인간의 말속에 사용되는 수식언
인간의 말속에 사용되는 수식언, 번잡스럽고 조잡한 형용사에 염증이 느껴진다.
왜 좀 더 간단하고 실용적인 가치를 지닌, 명확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걸까.
왜 항상 필요 이상으로 꾸미고 수식해야 하는지.
한 마디로 무료하다.
대화 속에서 모순과 위선을 발견하고도 지나치는 일이 그렇고, 알고도 모르는 척해야 하는 일이 그렇고, 갑작스러운 충동을 억누르는 일도 그렇다.
단 한마디, 인간이라는 구속에 묶였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허위의 굴레들이 싫다.
잠자리를 열고 내 방의 문을 잠그면, 그로부터 새벽까지는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이 좁은 범위 안의 모든 것에 자신을 가진다.
밤은 왜 그리도 짧고, 왜 하필 그 짧은 평화의 시간에 잠을 자야 한다는 건지.
끊임없는 욕구와 망설임을 저울질하며 방황하는 동안 희망이 사라져 버렸다.
필요치 않았던 거다.
이런저런 사실들. 접촉과 감정의 흐름이 오고 가는 동안, 기쁨과 권태가 스쳐 지나가고, 그것으로는 조금도 알 수도 가질 수도 없었다.
사면은 굳게 닫힌 철문일 뿐이다.
열리지 않는 진실은 겨우 의식 속의 이상에 불과하고, 생활이 이상과 같을 수 없다 해서, 삶 자체가 불행이 될 수는 없다.
인간은 악의로도 행복할 수 있고, 선의로도 행복할 수가 있다.
결코 아름다움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의 존재가 두렵다.
나의 풀리지 않고 그침이 없는 갈등이 두렵다.
찾을수록 허망해지는 것들이 두렵다.
모두가 그렇다.
현재와 소실된 것. 그리고 닥쳐올 것들이...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다.
모든 것에 속아버리고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자신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