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수정전 옆에 긴 돌기둥이 하나 있다.
팔각기둥이고 통돌이다. 하부 단은 탁자 형식으로 사각이며 각 모서리에 다리를 각했다. 마치 중요한 물건을 울리기 위한 단처럼 만들었다. 그 상부에 올려진 팔각형 돌의 각 면에는 넝쿨무늬를 정교하게 새겨 넣었다.
풍기대(風旗臺)이다. 상부 돌기둥 가운데 구멍을 파고, 그 곳에 깃발을 꽂도록 되어 있다. 그 깃대에 달린 기의 펄럭임과 방향을 통해서 바람의 속도와 방향을 측정한 기상 관측기구이다. 창덕궁과 창경궁의 1830년대 모습을 그린 동궐도에 바람에 나부끼는 풍기의 모습이 있어 깃발의 형태를 짐작할 수 있다.
깃발 꽂는 것 하나에도 이런 정도의 정성이면 기상 관측의 중요성이나 천문에 대한 경외심이 아닌가 싶다.
상부 1/5 지점에 구멍이 하나 뚫어져 있다. 이는 깃발을 꽂는 홈에 물이 찰 경우를 대비한 배수 구멍이다.
유심히 지켜보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이 나 밖에 없는 것을 깨달았다.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인데 관심 밖의 외톨이로 보여 측은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