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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승민 Mar 23. 2022

서울에 집이 있는데 뭐하러 고생하면서 독립하려 하냐?

"너는 세상 물정 모르는구나" - 비수 꽂는 엄마의 언어 

그동안 타인을 위한 연애, 인간관계에 대한 글을 써왔는데 가끔씩 현실적인 내 스토리를 담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20대 초반까지 자존감이 낮았고 늘 남 눈치를 자주 보던 청년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으면서도 늘 수동적인 태도로만 일관했다. 지금까지 부모님 집에 안락하게 지내왔는데 서울 노량진 토박이로 자란 나는 늘 부족함 없는 청년으로 컸다.


집밥을 먹으면서 돈 걱정 없이 아르바이트로 여행을 다녔고 자유롭고 후회 없는 청춘을 경험했다. 휴학과 복학을 번갈아 가면서 뉘엿뉘엿 작년에 대학을 졸업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에서 어느 진로를 택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만 옆머리에 흰머리가 날 정도로 했다. 평소 책 읽는 습관이 있어서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에 가는 게 즐거웠다. 어떤 책을 빌릴까? 고민하던 중 일본 저자가 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라서 고민하는 너에게> 책이 눈에 띄었다. 평소에 고민이 있으면 책을 통해 질문을 해결하는 걸 좋아했는데 마음의 울림이 있는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 진로를 정하지 못하겠으면 '가슴 뛰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라"는 내용이었다. 


20대 초반 내가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경험은 발표였고 작은 사소한 습관과 가치가 남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열정을 쏟아부었다. 

"아 어쩌면 내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무엇을 공부하고 실행에 나설 수 있을지 고민했다."나도 그렇고 남들의 고민이 뭐가 있을까?"를 생각하다 가장 아픈 기억들을 떠올렸다. "20대 30대 누구나 겪는 연애, 이별, 관계에 대한 고민 아닐까?" 누구는 연애를 하고 싶고, 누군가는 외로울 것이다. 또한 나처럼 자존감과 자신감이 낮은 사람도 있을 테고 어떤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무언가에 열정을 쏟고 싶은 의욕이 생겼고 도전하고 싶었다. 단지 커피포트의 물처럼 빨리 끓었다가 식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아졌고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친밀했던 학원 선생님, 친구, 부모님한테 털어놨고 기대와 달리 돌아온 답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네가 강연할 만큼 관련된 학력, 자격증, 경력이 없잖아", "나도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현실은 그게 안되더라 생각보다 냉혹해"


"아무도 진심으로 나를 응원해 주지 않을까?" 

그들은 제 3자 입장에서 현실적인 얘기를 해준 것은 분명하다. 당연히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피드백이고 충고였다. 나조차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조언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속은 여전히 쓰렸다. 해장국을 먹으려다 생강을 씹은 것처럼


여기서 이런저런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28살 적지 않은 나이는 분명하다. 친구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차를 끌며 여가를 보내고 있었지만, 나름대로 그들의 고충도 있었기에 부럽지는 않았다. "그래 30살이 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보자"라는 결정에 나의 후회 없는 선택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그리고 그 후부터 물살을 거슬러야 했다. 내가 무언가를 이루려고 할 때마다 종종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끌어내리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할 수 없다고 말하겠지. 실수하고 있다고 실패할 거라고...


정신적인 독립 그리고 앞으로 경제적인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인드부터 행동까지 실천하기로 했다. 물론 그동안 나를 지배했던 익숙함으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부모님한테 독립하겠다고 그동안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당연히 돌아온 답은 현실을 모른다느니 왜 비싼 월세를 내면서 고생하려고 하느냐, 돈 귀한 줄 모른다는 말 뿐이었다. 마치 정성껏 끓인 된장찌개를 저녁 밥상에 올렸더니 '짜다', '싱겁다', '맛없다'라는 평가처럼 맛있게 먹어주길 바랬던 기대와 달랐다. 


설득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파도 하나를 넘고 물이 잔잔해지면 그때 돛대가 보이겠지. 저 다음 주에 독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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