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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승민 Apr 02. 2022

왜 가까운 사람한테만 화를 낼까?

평소 인자하시고 즐겁게 일과를 보내시는 엄마는 어느 날 다르게 느껴졌어요. 일을 마치고 집에 오시더니 방구석에 머리카락이 많다느니, 빨래를 안 해놨다며 평소와 다른 잔소리를 하셨거든요. 시아머니 앞에서는 인상을 쓰시지는 않으셨지만 밥을 먹고 TV를 보면서도 볼 게 없다며 이상하게 한숨을 내쉬더라고요. 조용히 밥을 드시는 아버지한테 본인 없이 평소에 밥을 못 차려 먹느냐며 신경질을 내셨죠. 


며칠 전에 친구가 하소연을 하더라고요. "어제 여자 친구랑 퇴근하고 저녁 데이트를 했는데 맛집에 데려갔거든? 그런데 퇴근하고 힘든데 굳이 줄을 기다려가면서 먹어야 하느냐며 인상을 쓰기 시작하더라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지. 회사로 찾아온 고객이 말도 안 되는 컴플레인으로 고성을 쳤다며 상사는 일단 무조건 사과하라고 해서 짜증이 났다는 거야. 그래서 나는 열심히 듣는다고 했는데 제대로 경청을 안 해준다느니, 영혼이 없다며 대뜸 집에 가자는 거야. 결국 나도 짜증 나서 대판 싸웠지... 그동안 여자 친구가 서운했던 얘기 다 꺼내고 잘못됐다며 고치라고,,, 마음이 안 좋았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




그거 아세요? 매번 불평을 들어줘야 하고, 불닭만큼 알싸한 분노, 모기에 물린 것 같은 짜증, 바가지 박박 긁어대는 잔소리는 오직 사랑하는 사람한테만 할 수밖에 없다는 걸요. 예상치 못하게 불화살이 꽂혀 나 또한 마음속에서 화재가 나곤 하지만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역설적이게도 사랑의 희한한 징표이고 친밀감의 표현이죠. 


바깥은 여름


다수의 구성원과 일하는 공간(회사, 자영업)은 복잡하게 설계된 직급, 위치, 업무가 나눠져 있죠. 때로는 나의 의견이 무시되기도, 주변의 눈치와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말들 그리고 소수의 얼간이들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겪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상처를 준 당사자에게는 화를 내지 못하죠. "꼭 그렇게 말을 해야 돼요?" "자기 멋대로 우기면 그게 맞는 줄 아세요?" "왜 그렇게 무시하는 건데요?" 수많은 부당함과 답답함... 대부분 당신은 당사자에게 불평을 할 수 없죠. 말했다간 멘털이 약하다느니, 현명하지 못하다며 상황만 악화될 게 뻔하니까요. 


매일같이 세상으로부터 받는 무거운 짐을 견뎌내기 위해 제일 편한 사람, 의지하고 싶은 사람에게 표현하는 거죠. 그동안 쌓아둔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는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나와 가장 가깝고 충실한 사람 또한 내가 원망해도 옆에 있어주는 사람에게 짜증을 내죠. 


어릴적 기억의 잔재들 


우리가 연인, 배우자, 가족들한테 불평하고 화를 낼 때 어릴 적 부모가 사랑해주는 느낌을 떠올리는 거 아시나요? 주사 바늘 보고 엉엉 서글프게 우는 4살 아이. 마트에 데려갔더니 장난감을 사달라고 울고 불며 떼쓰는 6살. 배가 고프다며 투덜대며 스팸 구워달라는 8살. 용돈 5만 원만 올려달라며 떼를 쓰다 결국 화를 내는 사춘기 소녀와 학업 스트레스로 엄마한테 화풀이하는 18살.


새벽 3시 아기가 울면 달래서 안아주고, 그릇을 깨면 괜찮냐고 안아주며, 그리고 장을 봐서 요리를 하시며 정성껏 좋아하는 입맛에 만들어주고 또한 사고 싶은 게 있음 사라며 땀이 스며든 용돈을 준다.

그렇게 나에게 관심과 정성을 쏟아부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사랑이 성인이 돼서도 사랑하는 연인, 배우자에게 표출됩니다. 그래서 연인이나 배우자가 유난히 불만을 토로하고, 짜증을 내며 때로는 잔소리를 하는 모습은 그녀가 무게의 짐을 견뎌내기 위해 나에게 깊은 속마음을 표출하는 게 아닐까요? 언제나 받아줄 것 같은 믿음에서 시작돼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느끼고 싶은 좋은 메시지를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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