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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승민 May 12. 2022

"연락 좀 자주 해줄래"

감춰진 불안한 마음


어느 날 지인이 나에게 "어떤 사람이 좋아?"라고 물었다. "밝고, 긍정적인 사람한테 끌리지." 주저리 얘기하지 않고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상대가 자신에게도 물어봐줄 것을 눈치챘기에 하고 싶은 말을 잠시 참고 되물었다.


"나는 연락이 잘 되고, 다정하게 챙겨주는 사람이 좋아"


연락이 잘 된다는 것.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에게 내 손을 내어준다는 건 아름답고 특별한 일이다. 하지만 나와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불안, 열등감 등 나의 불완전한 태도를 보이는 것만큼 퇴보하는 관계는 없다. 


이별은 직감적으로 예고하고 온다. 상대의 마음이 멀어져 간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지만 아픔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을 모른 척할 뿐이다. 이별은 언제나 가슴 아프지만 가끔은 후련하고 혼자 있는 순간이 편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바로 함께하는 순간이 온전하지 않을 때이다.     


과거 연인이 연락을 매 순간 연락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카톡 문자를 매 분마다 확인해야 하고 수업을 들을 때, 어디 갔을 때, 누구랑 함께 있을 때, 밥을 먹을 때, 잘 때, 일어날 때 문자를 보내는 일이 익숙지 않았다. 두세 시간 지나서 문자 하면 연인이 화가 나 있었다. 처음에는 설렘에 다정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당연한 거라고 믿었지만 사랑 관계에 별로 도움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랑하면 상대방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싶은 마음.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채우고자 하는 마음에 상대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은 한순간이다. 그게 곧 간섭이자 상대방의 마음을 소유하려는 욕심이다. 올바른 사랑의 선을 넘었을 때 그 관계는 퇴보한다. 


나 자신의 감정이 불안정할 때 드는 생각이 있다. 연인이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옷, 연락, 약속 문제로 집착하곤 한다. "딱 달라붙는 옷 입지 마", "술 약속 가지 마", "어딜 가면 연락 좀 해"라든가. 

사랑하면 당연한 거 아닌가요?라고 물을 수 있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행동의 억압이라고 느낀다면 그건 분명 잘못된 게 맞는 거다. 


연인 관계는 한 사람의 문제로만 갈등이 키워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참기만 하며 누군가는 꾸준히 불평을 하는 사람이라면 두 사람의 소통의 문제가 분명하다. 대개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난다. 왜 "끼리끼리 만난다"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아이의 감정을 가진 사람은 당연코 미성숙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비슷한 부류의 사람을 만난다. 


성숙한 사람은 성숙한 사랑을 그릴 줄 안다.  나의 감정을 올바르게 인정해주고 때로는 불편하게 느끼는 무언가를 현명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불만, 불평을 인상을 쓰며 표현하라는 말이 아니다. 언어도 깊이가 느껴지는 단어와 억양이 있듯이 사랑하는 관계에서 만큼은 가벼워지지 말자. 괜찮다. 성숙한 가치관은 지금 되돌아보는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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