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름 – 용오동방파제
모두 함께 금오름에 올랐다. 아이들은 나뭇잎 깔린 경사진 흙길 앞에서 망설였다. 어른들의 거듭된 독려에 못마땅한 귤 모자 쓴 둘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발을 세게 구르며 찡그렸다. 사랑스러운 얼굴. 간식거리가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잘 달래어 올라갔다. 산길은 한두 사람이 간신히 지날 수 있게 좁았다. 그래서 제철 맞은 하얀색 찔레꽃은 달콤한 향기를 더 짙게 풍겼다. 풀줄기 사이에 거품 모양의 알집도 보였다. 거품벌레라고 하는데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었다. 군데군데 시야 넓은 곳에 쉴 때마다 마을과 바다가 점점 작아졌다. 편한 길로 왔으면 보지 못했을 풍경이었다. 정상 둘레 길까지 이십 분 정도의 짧은 거리였다.
금오름은 분화구 모양이다. 중간에 호가 있어 작은 한라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통신탑이 있는 가장 높은 곳까지 올랐다가 호로 내려갔다. 이곳에서 가장 좋은 경치. 다만 지난번보다 감흥이 덜했다. 물이 줄고 바람이 잦아든 데다 처음이 아닌 탓도 있다. 그래도 산 한가운데 갈대와 돌로 쌓은 작은 탑, 철새 몇 마리가 공존하는 건 다시 봐도 새로웠다. 한참을 서 있다가 내려온 반대편 꼭대기로 올라가 넓은 평상에 앉았다. 앞쪽은 한림 바다와 마을, 등 뒤로는 호와 처음 올랐던 정상, 아름다운 자연에 폭 안겼다. 꼬마들 역시 분위기에 취해 가파도에서처럼 스스로 춤을 추었다.
점심은 보말죽이었다. 비양도에서 먹은 첫 느낌이 그리웠고 내가 만든 것과 비교를 해보고 싶었다. 양은 좀 적었는데 역시 쓴맛 없이 좋았다. 찹쌀과 맛있는 보말을 썼기 때문일까.
오후에는 아빠들끼리 바다낚시를 갔다. 한림항에서 곽지해수욕장 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용운동 포구가 나온다. 외항과 내항으로 나뉘어 물이 잔잔하고 어종이 다양해 현지 낚시꾼들도 많이 찾는다고 했다. 마침 이번 주는 오후가 만조였다. 가져간 장대 낚싯대를 꺼냈다. 긴 대에 줄과 바늘이 달린 단순한 구조가 엊그제 쓴 테우 낚싯대와 비슷했다. 따로 챙겨둔 냉동 새우 머리와 꼬리를 떼어 내고, 꼬리부터 바늘에 따라 꿰어 추를 밀 듯 바다로 던졌다. 곧 대 끝이 휘어졌다 펴졌다 반복해 휙 낚아챘다. 첫 수확. 한 뼘도 되지 않았으나 초보에겐 월척 못지않았다. 여덟아홉 마리를 잡았으나 먹기에는 작아 아이에게 보여줄 사진으로만 남기고 모두 놓아주었다. 우리 곁에는 낚시하는 방법을 알려준 동네 어른과 같이 온 중학생 아들이 있었다. 오징어잡이에 한창인 그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배워 낚싯대 던지는 모습이 퍽 능숙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는 아버지와 아들 세 부자가 같이 강에서 낚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가 좀 더 자라 함께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