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엉킨 덩굴 사이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
사과나무에 호박 열렸네!
가을이 물씬 익어 가는 어느 날,
개울가 담벼락의 나팔꽃은 이제 꽃씨만 남겼다.
사과나무 쪽 나팔꽃은 나무를 휘감아 올라가 아직도 예쁘고 붉은 꽃을 한창 피우고 있다.
사과나무는 지난해에도 꽃을 화려하게 피워 온통 분홍색으로 수놓더니,
조그마한 사과가 열려 큰 즐거움을 주었다.
그런데 사과나무 아래에 두더지가 구멍을 내고 집을 짓더니
올해는 꽃도 얼마 피지 않고, 열매도 익어가다 떨어져 버렸다.
두더지를 잡아 보겠다고 바람개비를 꽂아 두기도 하고,
기름을 묻힌 종이를 두더지 굴에 넣어 보기도 했지만
두더지는 매롱 하듯 잘도 놀았다.
사과나무 옆에 난 열 포기의 호박이 창고 지붕으로 올라가도록
대나무를 엮어 사다리를 만들어 주었다.
이 호박덩굴이 창고 지붕 위로 멋지게 올라가더니
이웃집 나뭇가지를 타고 나와 다시 사과나무로 옮겨 왔다.
나팔꽃과 뒤엉켜 빨강 노란 꽃을 화려하게 피웠다.
“어! 사과나무에 호박이 열렸다.”
“대박, 두 개다. 따야겠제?”
“물론 따야지.”
한 달 전에도 사과나무에 대롱대롱 달려 있던 호박 하나가 사라진 적이 있었다.
나팔꽃 덤불에 묻혀 찾지 못했는데,
떨어진 지 며칠이 지났는지 골아 있었다.
전정가위로 매달린 큰 놈을 손으로 받치고 꼭지를 잘랐다.
그리고 바로 위에 있는 작은 호박 꼭지를 자르려는 순간,
꼭지가 ‘뚝’ 하고 떨어졌다.
이 호박도 오늘 따지 않았더라면
땅에 떨어져 사라질 뻔했다.
호박 두 개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니 아내가 말했다.
“서울 언니 다리가 많이 부었다는데 보내 주자.”
옆집 할머니에게서 산 대추도 한 되 넣고,
구부러진 가지 몇 개와 상추도 조금 담았다.
부산에는 조카가 이를 뽑아서
어제 시민텃밭에서 딴 가지를 보내 주기로 했단다.
스티로폼 박스에 가지 여덟 개와 대추 한 되를 넣으니
더는 들어갈 공간이 없다.
시골집 앞이 택배집이라 참 편리하다.
두 시까지 마감이라 서둘러야 했지만,
농협 택배라 요금이 저렴하다.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더 많이 오기 전에 집으로 가기 위해
짐을 챙겨 차에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