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손님 호당이 모시기

시골집을 지키는 고양이와의 서툰 동거 시도

by 허정호

마당 손님 호당이 모시기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면 시골집 마당 가꾸기는 자연스럽게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의 일이 된다. 해가 높이 오르기 전까지 서둘러 일을 하고, 시원한 거실로 들어가 잠시 쉰다. 그러다 무더위가 주춤해질 무렵 다시 마당으로 나가 두어 시간 일을 하고 저녁을 먹은 뒤 진주 집으로 내려오는 것이 우리 부부의 여름 일과였다.

그렇게 오전 일을 마치고 거실로 들어오면 마당을 어슬렁거리던 호당이도 슬그머니 뒤를 따라 들어왔다. 사료를 먹고 나면 이 방 저 방을 천천히 돌아다니며 집 안을 순찰하듯 살피다가, 결국 소파 옆에 놓아둔 의자 밑에 자리를 잡고 잠이 들곤 했다. 에어컨을 틀고 문을 닫아도 나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조용히 누워 바깥을 바라보는 모습은 마치 “여기가 제일 안전해. 나는 여기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저녁을 먹고도 호당이 가 나갈 기색을 보이지 않자 잠시 망설였다. 밖으로 내보낼까 하다가 문득 오늘 하루쯤은 집안에서 지내게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료와 물을 챙겨 주고, 개울에서 모래를 퍼 와 대야에 담아 즉석 화장실도 만들어 주었다.

“집 잘 지키고 있어.”

몇 번이고 말을 건네고 우리는 집을 나섰다.

다음 날 아침,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둘러 시골집으로 나섰다. 문을 열자 호당이는 “야옹~ 야옹~” 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나갈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거실을 한 바퀴 돌더니 다시 의자 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료 그릇은 깨끗이 비워져 있고, 대야에 만들어 둔 화장실 주변에는 모래가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그 안에는 몇 덩이의 배설물이 말없이 묻혀 있었다.

억지로 내보낼 필요는 없어 보였다. 집에 잘 적응하는지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물을 새로 갈아 주고 개울에서 마른 모래를 다시 가져와 더 큰 대야에 화장실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틀 치 사료와 물을 넉넉히 준비해 두고 내려왔다.

이 이야기를 딸과 아들, 며느리에게 들려주었더니 모두 한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아예 집으로 데려오세요.”

아내도 마음이 흔들리는 눈치였다. 나 역시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이 모두 원하니 반대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호당이를 우리 가족으로 맞이하기로 했다.

며느리는 고양이 이동장을 구해 오고, 목욕도 시키고 발톱도 깎아 줄 거라며 들뜬 모습이었다. 동네 ‘야옹이 물품점’에 들러 화장실용 삽과 모래까지 사 왔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호당이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이틀 뒤 시골집에 올라가 보니 방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하루를 무사히 보냈으니 이틀도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혼자 남겨진 호당이는 탈출을 시도하며 집 안을 온통 휘젓고 다닌 모양이었다. 식탁 위 물건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욕실 창문도 활짝 열려 있었다. 창문 앞 선반 위에 올려 두었던 대야와 솥은 바닥에 떨어져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방충망이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면 아마도 탈출했을 것이다.

프라이팬에 담아 둔 사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대야로 만든 화장실은 이미 절반쯤 차 있었다.

아직 집 안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은 호당이를 데려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계획을 잠시 미루기로 했다.

한 달쯤 지난 뒤, 다시 호당이를 데려올 준비를 했다. 먼저 중성화 수술을 시키기로 하고 이동장을 준비했다. 이동장 안에 간식을 넣어 유인해 보았지만 호당이는 냄새만 맡을 뿐 들어가지 않았다. 소파 밑으로 들어가게 한 뒤 앞과 옆을 막고 이동장을 들이밀어 보았지만, 녀석은 재빨리 밀치고 빠져나와 장식장 밑으로 숨었다.

몇 번 더 시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결국 장롱 사이 좁은 공간으로 유인해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벽을 타고 올라 장롱 위 장구 위에 올라앉아 버렸다.

그곳에서 두 시간 넘게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긴 막대로 내려오게 한 뒤 문을 열어 밖으로 내보냈다. 멀리 도망갈 줄 알았는데 호당이는 다시 마당으로 돌아와 아내가 준 사료를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집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내는 삶은 돼지고기로 호당이를 유인했다. 호당이는 문 앞에서 한참 망설이다가 문지방에 올라섰다가 다시 내려갔다. 우리가 방을 비우자 슬그머니 들어오긴 했지만 돼지고기에는 입도 대지 않고 소파 밑으로 숨어버렸다.

결국 한참을 버티던 녀석을 밖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억지로 데려오지 않기로 했다. 호당이가 사료를 먹는 것을 확인한 뒤 조용히 집을 나섰다.

호당이가 그저 지금처럼, 시골집 마당을 자기 집처럼 여기며 잘 살아 주기를 바라면서.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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