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와 몽돌해변, 그리고 둘레길에서 바라본 바다의 시간
통영 만지도 연대도에서 바다 위를 걷다(2026.2.6)
만지도와 연대도가 출렁다리로 연결되면서 인기가 많은 관광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들었다. 언젠가는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유람선을 탈 수 있는 곳은 달아항과 연명항 두 곳이었는데, 배 시간은 비슷했다. 조금 덜 붐비고 주차비도 없는 연명항을 선택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주차는 어렵지 않았고, 돌아왔을 때 빠져나가기 쉬운 자리까지 미리 골라 두었다.
유람선 사무실에서 승선표를 작성하고 경로 할인 2천 원을 받아 티켓을 발급받았다. 기대를 안고 배에 올랐지만 유람선은 외부로 나갈 수 없도록 모두 막혀 있어 실내에서만 바깥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바다 바람을 직접 맞지 못하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달아항에서 출발하는 배는 연대도 선착장으로 간다고 했고, 우리가 탄 배는 15분 만에 만지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선착장에 내렸다. 안내도를 잠깐 들여다보는 사이 사람들은 모두 흩어지고 선착장은 금세 텅 비어 버렸다.
만지도 선착장 앞에는 해안을 따라 작은 카페와 펜션, 식당 몇 곳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중 한 식당 앞에는 **‘1박 3식 12만 원’**이라는 홍보 글씨가 눈에 띄었다. 언젠가 한 번쯤 이런 섬살이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우리는 해안 데크로 이어진 풍란향기길을 따라 출렁다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다 위에 놓인 듯한 데크길을 걷다 보니 정말 물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파도 소리는 발아래에서 잔잔하게 부서지고, 바람은 바다 냄새를 실어 나르며 천천히 지나갔다.
잠시 후 작은 모래해변이 나타났고 그 옆으로 출렁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리 위에는 아무도 없어 발걸음마다 아주 미세한 흔들림만 느껴졌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네 사람이 동시에 다리 위로 올라오자 갑자기 울렁하는 느낌이 전해졌다. 순간 균형을 잡기 위해 아내와 두 손을 꼭 잡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함께 웃음이 터졌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연대도다.
연대도는 만지도와 달리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섬이었다. 펜션과 카페, 작은 슈퍼와 식당이 있고 마을 어촌회관과 경로당도 보였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곳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섬마을 특유의 느긋한 공기가 마을 골목마다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본 뒤 회를 파는 카페 골목으로 들어갔다. ‘1박 3식’ 펜션을 지나 몽돌해변 전망대를 거쳐 소나무가 인상적인 북바위 전망대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몽돌해변으로 내려왔다.
몽돌해변에서는 몇 사람이 바닷가를 즐기고 있었지만 어느새 그들도 마을 쪽으로 올라가고, 해변에는 우리 둘만 남았다.
둥글둥글한 몽돌 위에 엉덩이를 맡기고 먼 바다를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나는 그저 바다를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고, 아내는 조용히 노래를 흥얼거렸다. 파도와 바람 사이에서 노랫소리가 부드럽게 흩어졌다.
나는 옆에 있던 돌을 하나씩 쌓아 작은 돌탑을 만들었다.
이곳에 우리가 잠시 머물렀다는 작은 흔적처럼.
만지도에 오면 해물라면은 꼭 먹어야 한다고들 했지만 우리는 조용해 보이는 가성비 식당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생선구이 정식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큼직한 생선 두 마리가 노릇하게 구워져 나왔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다 먹는 생선은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밥 한 숟가락, 생선 한 점,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 그 조합만으로도 충분한 점심이었다.
3시 15분 배를 타려면 아직 한 시간 남짓 시간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해안탐방로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데크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작은 몽돌밭을 지나 시멘트길이 이어졌고 곧 산길로 올라갔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듯 좁은 길에는 낙엽이 두텁게 쌓여 있었다. 이 길이 정말 둘레길이 맞는지 잠시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해안수달길을 지나 동백숲길로 접어들었다.
시간이 꽤 흘러 되돌아가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휴대폰 지도를 펼쳐 현재 위치를 확인했다. 이미 해안산책로의 절반쯤은 온 것 같았다. 되돌아가기보다는 계속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마침 반대편에서 한 가족이 걸어오고 있었다. 얼마나 남았는지 물었다.
그들은 여행 홍보물을 펼쳐 자세히 설명해 주었지만 시간과 거리는 애매했다. 한 시간 넘게 걸어온 것 같고 대략 3km 정도 될 거라고 했다.
숲 사이로 바다가 보이는 산책로를 따라 10여 분쯤 더 걸었을까.
드디어 삼거리 이정표가 나타났다.
우리가 온 길 1km, 욕지도 전망대 50m, 만지봉 300m.
아내는 삼거리에서 쉬겠다며 나만 전망대에 다녀오라고 했다.
전망대에 올라서자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쉽게도 욕지도는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바다는 충분히 넓고 충분히 시원했다.
만지봉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두껍게 입은 옷 때문인지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몇 번이나 잠시 쉬어야 했다.
만지봉에서 선착장까지는 700m.
내리막길이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200년 된 해송이 서 있는 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 두 팔로 해송을 감싸 안으며 기운을 나눠 받았다.
연대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그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참 좋았다.
연화도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풍경과 해안선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침내 선착장, 배 시간까지는 7분이 남아 있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그 짧은 여유 속에서 마지막 풍경을 눈에 천천히 담았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만지도와 연대도를 함께 걸었지만, 연대도의 둘레길은 아직 다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 길은 다음에 다시 와야 할 작은 숙제로 남겨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