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절밥 먹는 즐거운 날

3) 세 가지나물의 행복, 그리고 통도사 솔향 한 줌

by 허정호

세 가지나물의 행복, 그리고 통도사 솔향 한 줌


합천 해인사에서 팥시루떡과 따끈한 절밥을 받은 지 일주일.

우리는 또다시 절밥 원정을 떠났다. 이번 목적지는 양산 통도사.

절밥을 먹으러 가는 길은 이상하게도 설렌다. 아침 공기와 함께, 오늘은 어떤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하게 된다.

양산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어 서둘러 출발했다. 가는 길에 새로 단장한 휴게소에 잠깐 들러 구경하고, 고구마 빼때기를 간식 삼아 차에 실었다.

통도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점심 공양까지 아직 여유가 있었다.

주차장에서 절까지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 ‘무풍한송로’**를 걸었다. 솔향기와 바람,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온몸에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자연이 주는 힐링이란, 아마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절에 가까워질수록 풍경이 달라졌다.

길 양쪽에 줄지어 선 먹거리와 기념품들,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시식코너에서 퍼지는 음식 냄새. 오늘은 뭔가 특별한 날인 듯했다.

일주문 앞 깃발들이 그 이유를 알려주었다.

‘개선대제’ — 통도사 창건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절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대웅전 옆 광장에서는 행사 공연이 한창이었고, 대웅전 앞마당은 발걸음조차 옮기기 힘들 정도였다.

그때, 행사장에서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사람들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 사람들… 혹시 밥 먹으러?'

고민할 것도 없었다. 우리는 그들을 따라갔다.

11시 20분, 공양간 도착. 이미 수십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 들어가니, 수백 개의 그릇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그릇마다 밥과 세 가지 나물이 담겨 있었다. 밥을 조금 더 담고, 시래깃국을 곁들여 자리에 앉았다. 해인사 절밥보다 소박했지만, 나물을 비벼 한 숟갈 뜨는 순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이게 절밥이지!’

식사를 마친 뒤 다시 대웅전으로 향했다.

이제야 여유롭게 들어설 수 있었다. 합장하며 속으로 말했다.

“밥 잘 먹었습니다.”

절 안 곳곳에서는 국화 전시와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는 천천히 걸으며 구경했다. 절 입구의 벤치에 앉아 배낭 속 고구마 빼때기를 꺼내 먹었다. 나무 그늘 아래서 사람들 오가는 모습을 바라보니, 더할 나위 없이 평온했다.

이제 다시 무풍한송로를 걸어 주차장으로 돌아갈 시간.

오던 길과는 달리 발걸음이 가벼웠다. 마음속엔 한 줄 문장이 남았다.

“통도사의 점심 공양, 떡은 없었지만 참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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