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굴러 떨어져도 함께 웃는 삶

두 개의 침대, 하나의 마음

by 허정호

두 개의 침대, 하나의 마음

아내와 나는 평생을 한 침대에서 잤다. 결혼 초부터 지금까지, 함께 누워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살아왔다. 가끔 말다툼이 있어도 방을 따로 쓰지는 않았다.

그렇게 세월 따라 흘러가다 우리도 한침대 두이불이 되었다. 각자의 리듬을 따라서. 그런데 여름에는 괜찮았지만, 겨울이면 문제가 생겼다. 이불이 두 개나 되니 아무리 큰 침대라도 금세 좁아졌고, 밤새 이불이 흘러내리면 잠자리는 뒤숭숭했다.

그러던 차에 딸이 독립을 했다. 딸이 쓰던 침대가 남으면서, 우리는 한방에 침대 두 개를 나란히 놓고, 각자 자기 자리를 갖기로 한 것이다. 아내는 잠을 자다가 화장실에 가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실로 가는 튼튼한 방광을 가져서 안쪽에, 나는 밤에 한두 번은 화장실을 다녀와야 하니 문 옆에. 서로의 수면을 지켜주는 작은 약속이었다.

종종 아내의 침대에 누워 손을 잡고 첫잠이 들었다가 밤중에 화장실을 다녀와서는 살금살금 내 자리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나이 들수록 달콤함 보다 서로의 편안한 쉼이 중요한 것을 알기에,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자리를 존중하면서도 마음만은 여전히 함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건이 터졌다.

그날도 아내의 침대에서 잠이 들었고 자정 무렵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는 내 자리로 옮겨가 잤다. 그리고 다시 잠에서 깨어 뒤척이다가 ‘화장실에 다녀오면 잘 자겠지? 지금은 아내의 침대이니 몸을 두 바퀴 정도 구르면 침대 끝이 될 것이야’ 나는 머리와 몸을 함께 굴렀다.

하.지.만.

내 몸은 채 한 바퀴를 채우지 못하고 그대로 방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쿵!”

순간의 충격. 다리가 먼저 땅에 닿고, 왼쪽으로 기운 몸이 피아노 다리에 부딪혔다. 정신이 멍해져 잠시 바닥에 앉아 있었다. 피아노 다리에 부딪힌 어깨와 팔은 욱신거리며 통증이 몰려왔다.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영문이지? 소리에 놀란 아내가 잠을 깨 다급히 내려와 괜찮냐고 물었다.

“괜찮아.”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사실은 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화장실에 다녀왔던 나는 아내 침대가 아닌 내 침대에서 자고 있다가 아내의 침대라 착각하고 몸을 굴렀던 것이다. 큰 침대가 두 개 나란히 있다 보니 우리는 침대 이 끝에서 저 끝으로 굴러다니며 운동 겸 놀이 겸 하고 있던 걸 내가 잠결에 하다가 일어난 사고가 된 것이다.

아침이 되자 아내는 이제 자리를 바꾸자 했다. 진짜 침대에서 굴러 떨어진 줄 알고 걱정하는 아내에게 이실직고를 했고 나는 또 하나의 ‘철없는 꾸러기’ 이력을 쌓았다.

이 사건 덕분에 깨달았다. 나이 들어간다는 건 이런 거구나. 작은 실수 하나에도 크게 놀라고, 그 놀라움마저 웃음이 되는 것. 무엇보다, 옆에서 “괜찮아?” 하고 묻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인지 다시 알게 되는 것.

한밤중 침대에서 굴러 떨어진 순간의 아찔함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오래 기억될 웃음이 되었다. 피아노에 다리에 부딪쳐 피부가 벗겨진 것 말고는 큰 부상은 없었으니 다행이고, 앞으로는 몸 굴리기는 절대 않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이 또한 부부가 함께 써 내려가는 작은 생활사 아닌가. 실수도, 해프닝도, 결국은 우리만의 이야기가 되어 쌓여간다. 나이 들어가며 웃음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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