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서 더 소중한 하루
평범해서 더 소중한 하루
어제는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오늘은 태풍 탓인지 종일 장맛비가 쏟아졌다.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준비했다.
아로니아, 사과, 양배추를 믹서에 넣어 갈았다. 몸에 좋다는 건 다 넣은 것 같은데, 아로니아 때문인지 맛은 늘 미묘하다. 양파 하나를 조각내 프라이팬에서 익혀서 간단히 먹었다. 빨래를 널고 양치질까지 끝내니 딱 10시. 신기하게도 매일 그쯤이다. 마치 생활 패턴이 알람처럼 세팅된 듯하다.
요 며칠은 하모니카 대회 준비로 분주했다. 이번에도 아내와 같이 참가하기로 했다. ‘과수원 길’. 아내는 소프라노, 나는 알토 2중주로 딸이 편곡을 했다. 문제는 연습 때마다 박자가 엇나가서 늘 티격태격한다는 것. 연습보다 잔소리가 더 길 때도 있다.
점심때가 되었다. ‘돌아서면 밥때’라고 누가 그랬던가. 이름도 너무 잘 지었다.
라면을 끓일까 하다가, 며칠 전 먹다 남은 카레를 꺼내 라면사리에 비벼 먹었다. 의외로 라면카레파스타가 별미다.
저녁을 하려고 쌀통을 열었더니 ‘쌀벌레’가 출현했다. 장마철 눅눅한 쌀통은 벌레들의 신혼집이 되었나 보다. 골라내다 지쳐 결국 방앗간에서 가래떡을 빼 왔다.
저녁은 가래떡과 어묵으로 ‘물떡’을 끓였다. 멸치와 다시마로 시원한 육수를 내고, 무를 듬성듬성 썰어 넣었다. 감자, 양송이, 고추까지 동원하고, 간은 된장과 몽고간장으로 맞췄다. 마지막 주인공은 가래떡과 어묵을 넣으니 뜨끈한 물떡이 만들어졌다.
마침 아들 부부가 편곡한 ‘과수원 길’ 악보를 가지고 왔다. 둘이 먹으려던 저녁상이 네 식구의 밥상이 되었다. 며느리가 “아버님, 물떡이 정말 맛있어요.”라며 웃었다. 그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내와 단둘이 먹었더라면 또 냉장고로 직행했을 ‘물떡’이 오늘은 깨끗이 치워졌다. 아내는 남은 물떡과 가래떡을 챙겨 며느리에게 건넸다.
비 내리는 저녁, 따뜻한 물떡 한 그릇에 웃음이 더해지니, 참 고맙고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