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장 버스킹 공연의 어느 여름날
동요가 멈춘 자리, 트로트가 피어나다
8월의 숨이 턱 막히는 더위 속에서 중앙시장 한편에 작은 무대가 세워졌다.
전통시장의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시장 번영회에서 마련한 버스킹 무대였다.
우리는 그 무대에 하모니카 연주자로 초대되었다.
별다른 요청은 없었기에, 아내와 나는 하모니카대회에서 연주했던 동요 두 곡—‘과수원 길’과 ‘숨어우는 바람소리’를 연주하기로 했다.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선율이라면 시장의 분주한 일상에도 잠깐쯤 쉼표가 되리라 믿었다.
무대 앞, 과일도매상 점포를 배경 삼아 여가수가 트로트를 부르자 흥겨운 음악에 이끌린 아주머니들이 하나둘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웃고, 노래하고, 손뼉 쳤다.
사회자는 분위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 연달아 두 곡을 더 앙코르로 외쳤고, 시장은 마치 마을 잔치처럼 활기를 띠었다.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한 노신사가 무대로 걸어 나왔다.
둥근 밀짚모자를 쓴 그는 색소폰을 목에 걸고 반주기에 맞춰 신나는 트로트를 불기 시작했다.
구경하던 이들은 함께 따라 부르며 시장 전체가 하나의 합창장이 되었다.
그사이 사회자가 우리에게 다가와 연주할 곡을 물었고, 우리는 반주 없이 순수한 하모니카 소리만으로 들려드리겠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 올랐다. 첫 곡은 ‘과수원 길’이었다.
맑고 투명한 하모니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인들과 관객들이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르기도 했지만, 이내 분위기가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장터의 흥겨움과 동요의 순박한 정서는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점점 흩어졌고, 무대 앞에선 조용한 바람만이 불었다.
그 순간 아내가 내게 다급하게 속삭였다.
“‘숨어우는 바람소리’ 대신 ‘섬마을 선생님’으로 바꾸자.”
사회자에게 선곡 변경을 알리고, 반주 키도 C에서 G로 맞춰달라고 요청했다.
신나는 트로트 반주가 흘러나오자, 무뎌졌던 표정들이 다시 살아났다.
어깨가 들썩이고,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연습하지 않은 곡이었지만, 흥겨운 리듬이 작은 실수쯤은 가볍게 덮어주었다.
시장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흥얼거리며, 다시 음악 속으로 들어왔다.
공연을 마친 우리는 무대에서 내려오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노래 바꾸길 정말 잘했어.”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우리는 배웠다.
사람들 마음 깊숙이 들어가는 건 완벽한 연주가 아니라,
함께 즐기고 웃을 수 있는 한 곡의 힘이라는 걸.
하모니카가 조용히 물러선 그 자리엔, 사람들 마음을 들썩이게 하는 트로트의 흥이 다시 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