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마당에 예쁜 돌길을 그렸다
금호당 길이 생기기까지
2020년 봄.
시골집 마당에 돌길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엔 그저 발이 덜 질퍽거리는 길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을 하나씩 모이기 시작하자, 돌길에 예쁜 모양을 그리고 싶어졌다.
5월 10일, 네 번째 돌을 가져왔다.
개울 근처에 차를 세워 두고 적당한 크기의 돌을 골라 한곳에 모으면, 아내는 조그만 손수레로 돌을 세 개, 네 개씩 차 있는 곳까지 옮겼다.
개울 언덕으로 올리다 보면, 힘들여 올려놓은 돌이 하나둘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라면박스 하나에 돌을 가득 담았을 때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욕심이 생겼다. 박스 옆에 자리를 하나 더 깔고 돌을 실었다.
그렇게 가져온 돌로 마침내 돌길의 일부가 완성됐다.
땀에 젖은 옷만큼이나 마음도 묵직하고 뿌듯했다.
며칠 뒤, 다시 율현 개울가였다.
나는 개울 밖으로 돌을 모으고, 아내는 묵묵히 손수레로 돌을 날랐다.
그날 나는 롤러를 타다가 오른손이 삐어 한 손으로만 돌을 옮기고 있었다.
그때 트랙터 소리가 들렸다. 트랙터를 몰고 온 아저씨가 우리 차 옆에 멈춰 서더니 고개를 내밀었다.
“여기 돌 주워 가면 안 돼요!”
“예, 알았어요.”
짧은 대화였다. 아저씨는 그 말만 남기고 동네로 사라졌다.
아마 동네 이장쯤 되지 않을까 싶었다.
외지에서 차를 가져와서 돌을 가져간다는 이야기가 알려진 모양이다.
‘이제 이곳에서 돌을 가져가기는 틀렸구나.’
가져온 돌로 창고 끝, 간이화장실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냇가로 이어지는 길을 냈다.
아내는 동영상을 찍으며 이름을 뭐로 할지 물었다.
나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약방 이름을 떠올렸다.
“금호당 길이 어때?”
그렇게 시골집 마당 돌길에 이름을 새겼다.
다섯 번째 돌이 들키는 바람에 장소를 옮겨야 했다. 황매산으로 가는 길, 저수지 주변에 하천을 파내며 쌓아 둔 흙더미에서 돌을 주웠다. 그곳에는 돌이 많았다. 잠시만 주워도 종이 박스가 금세 가득 찼다. 뒷자리 빈 공간과 발 놓는 자리까지 활용해 돌을 실었다.
이번돌은 텃밭으로 가는 돌길을 만들었다.
아내가 먼저 삽으로 흙을 걷어내면, 돌 크기에 맞춰 호미로 높이를 조정했다.
“이 돌길 공법은 뭐야?”
“글쎄… 즉석공법으로 하지.”
우리는 웃었다. 약간 S자 모양으로, 길이는 2미터 남짓이었다.
간이화장실로 가는 돌길은 잔돌이 많아 흙이 덮이고 물이 고여 다니기가 불편했다.
결국 큰 돌로 다시 보수했다. 잔돌은 꽃밭 경계를 만들고, 큰 돌로 두 줄짜리 돌길을 새로 냈다. 한 줄이던 길에 한 줄을 더 얹었을 뿐인데, 길은 전혀 다른 그림이 되었다.
열 번째 돌을 실어 온 날, 차 트렁크에는 시골집으로 가져갈 짐이 가득했지만, 뒷좌석에 박스를 깔고 한 박스, 발 놓는 공간에 또 한가득 돌을 실었다. 그렇게 가져온 돌로 상추밭이 시작되는 갈림길에서 돌길을 마무리했다. 세 번째 길이 완성된 셈이었다.
마지막으로 돌길 사이사이 자란 풀을 뽑고, 빗자루로 돌 위에 묻은 흙을 말끔히 쓸어냈다.
하얀 두 줄의 돌길이 햇빛 아래 반짝이며 얼굴을 드러냈다.
돈을 들이지도, 특별한 기술을 쓰지도 않았다.
다만 돌을 고르고, 옮기고, 놓는 시간 속에 우리 부부의 하루와 대화가 차곡차곡 쌓였다.
마당에 난 이 돌길들은 아마 매일 그리고 오래도록 그 시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