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국을 싸는 엄마의 마음

가을 고속도로 위에서 딸은 길을 배우고, 엄마는 기다림을 배웠다

by 허정호

호박국을 싸는 엄마의 마음

2021년 가을이 서서히 물들기 시작하던 10월의 어느 날이었다.

딸은 고향에서 몇 번의 아픔을 겪은 끝에, 이제는 밥벌이를 위해 장거리 운전을 결심했다. 코로나 백신도 두 차례나 맞았지만, 아내의 걱정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운전도 처음인데, 장거리는 괜찮을까…”

불안한 마음 한편에는, 이렇게 스스로 서 보겠다고 나서는 딸이 기특하다는 감정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아내는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일을 떠올렸다.

가는 길에 먹을 도시락을 싸주는 일이었다.

점심은 유부초밥이었다. 덕유산 휴게소에서 먹을 수 있도록 차곡차곡 담았다. 손끝은 익숙한 속도로 움직였지만, 마음은 내내 딸에게 가 있었다.

‘이걸 먹고 힘내서 잘 가야 할 텐데…’

저녁으로는 호박국을 끓였다. 직접 텃밭에서 키운 호박을 썰어 넣었다. 국물이 끓어오를수록 아내의 마음도 함께 데워졌다.

“이 국이 너의 하루 끝에 따뜻함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침은 간단히 우유와 시리얼로 먹을 거라 했지만, 점심과 저녁만큼은 꼭 제대로 챙겨 먹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딸은 씩씩하게 말했다.

“혼자 운전해서 갈게요! 엄마 아빠 너무 걱정 마셔요.”

그 말에 아내는 놀랐고, 또 대견해졌다. 어른이 되어가는 딸의 어깨가 전보다 넓어 보였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가운 전화가 왔다.

“엄마! 덕유산 휴게소 도착했어요! 유부초밥 맛있어요!”

그 한마디에 아내의 입가에는 안도와 함께 미소가 번졌다.

오후 두 시를 조금 넘긴 시각, 숙소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제야 아내는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우리 딸, 진짜 대단하네…’

다음 날 아침, 딸은 호박국을 아껴 아침을 먹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 아내는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고, 호박국 더 많이 줄 걸…’

마음이 괜스레 짠해졌다.

시험을 마친 딸은 친구의 고향인 금산에 들러 인삼과 공주 밤을 한 아름 안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친구 어머님이 저녁을 먹고 가라 권했지만, 딸은 곧장 고속도로에 올랐다. 엄마의 당부가 귓가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늦지 않게 내려와야 해.”

하지만 도착한 시간은 밤 아홉 시를 넘겼다.

늦은 귀가였지만, 무사히 돌아온 딸을 보며 아내는 다시 한번 깊은숨을 내쉬었다.

이틀 동안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시간 속에서, 딸은 그만큼 자라 있었고 아내 역시 그 성장을 지켜보며 마음 한편이 든든해졌다.

‘다음번엔 호박국, 두 배로 싸줘야지…’

그날의 고속도로는 단순한 길이 아니었다.

딸은 스스로의 인생을 처음으로 달렸고,

엄마는 그 뒤에서 말없이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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