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아버지의 기일

가족이라는 이름의 거리(2021.10.20)

by 허정호

코로나 속 아버지의 기일

아버지 기일날.

예전 같았으면 아버지 기일에는 주말에 맞춰 가족들이 호국원에 모여서, 제단 앞에서 부모님께 차례로 참배하고 간단히 제사를 올린 뒤, 근처 식당에서 오붓하게 점심을 함께했을 테다. 하지만 코로나가 바꿔놓은 일상은 올해도 예외를 허락하지 않았다.

2020년 10월, 확진자가 150명 남짓이던 때에도 우리는 조심스러웠다. 백신조차 없던 시기라 호국원에서 간단히 참배만 하고, 제단 옆 한적한 곳에서 준비해 간 점심을 나눴다.

올해 백신 접종률은 78%까지 올랐다지만 하루 확진자는 여전히 1,500명을 넘나들고 있었다. 8명 이상 모임이 금지된 상황에서, 가족 모두가 함께 모이기는 어려웠다.

아내는 “토요일에라도 모여 도시락을 나눠 먹자”라고 했지만, 결국 아버지 기일 당일에 맞춰 조용히 호국원을 다녀오기로 했다. 마침 한파가 시작돼 아침 기온이 10도 아래로 뚝 떨어졌다. 나와 아내는 겨울옷차림에 패딩 점퍼를 걸쳤고, 아내는 오리털 조끼에 코트까지 챙겨 입었다.

예약해 둔 도시락을 찾아 아이스박스에 담고, 막걸리 한 병도 준비했다. 김해에 사는 동생과 제수씨, 그리고 조카가 먼저 도착해서 유골함 문을 열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눴다. 잠시 뒤 진주에서 온 막내 제수씨도 도착해 조용히 묵념을 올렸다.

제단 앞에는 준비해 간 배와 사과, 단감, 과자, 북어를 차례로 올리고 막걸리 네 잔을 따랐다. 지난해에는 제단 옆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지만, 올해는 다른 이들의 시선이 괜히 마음에 걸렸다. 우리는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겁외사 옆 생태공원으로 이동해, 주차에 돗자리를 깔았다. 점심은 도시락으로 소박하게 준비했다. 김해 동생은 도토리묵을 정성껏 만들어왔는데, 상황버섯과 참기름을 더해 고소한 맛이 깊었다. 막내 제수씨는 과일을 내놓았고, 나는 제단에 올렸던 과일을 깎아 함께 나눴다. 말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흐르는 공기는 따뜻했다.

아내는 돌아가는 길에 추어탕을 포장해 가자고 했지만, 아쉽게도 추어탕집은 휴일이었다. 작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조용히 자리를 정리했다.

올해도 변함없이 아버지를 기억했고, 가족의 마음을 나누었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간소해졌지만, 오히려 이런 소박한 하루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던, 그런 기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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