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따뜻한 손길과 함께한 특별한 하루

아들의 결혼식, 그리고 가족의 사랑

by 허정호

"가족의 따뜻한 손길과 함께한 특별한 하루"

아내는 아들 결혼식 날 만큼은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손질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 아내의 손끝에서 머리를 깎고 싶었다. 삼십 년 동안 내 머리를 정성껏 다듬어 준 사람이 아내였으니까. 결국 아내는 자신의 머리를 염색한 뒤, 나를 의자에 앉히고 염색약을 바르며 머리를 만졌다. 익숙하고 조용한 손길이었다. 그 손길이 그렇게 따뜻하고,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아들은 주례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주례 없는 결혼식을 선택했다. 대신 나에게 성혼 선언문과 짧은 인사를 맡아 달라고 했다. 대답만 해둔 채 미루던 나는 결혼식이 임박해서야 인터넷에서 몇 가지 글을 참고하며 인사말을 썼다. 그 인사말은 2~3분 정도로 간단했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담기도록 노력했다. 친척과 하객에게 드리는 감사의 말씀과 신랑 신부에게 전할 세 가지 당부. 마지막 문장은 아내의 손길로 다듬어졌다. 그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을 대신해 준 것 같았다.

결혼식 전날, 특별히 할 일은 없었지만 연가를 내고, 결혼식 날에 입을 셔츠와 양복바지를 다려 걸어두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보온 내의까지 깨끗이 세탁해 챙기며, 그 어느 때보다도 신경을 썼다. 아내와 딸은 “결혼식 날엔 아빠도 화장을 해야 한다”며 은근한 압박을 가했다. 나는 그저 웃으면서도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결혼식 당일 새벽, 아들은 예식장으로 먼저 나갔다. 아내는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을 위해 미용실로 갔고, 딸은 화장품을 들고 나와 내 얼굴에 조심스레 화장을 해주었다. 그 모습이 참 다정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거울 속의 나는 평소보다 한참 젊어 보였고, 그 얼굴은 조금 낯설기도 했다. 선크림조차 바르지 않던 내게 그 얼굴은 정말 묘하고 새로운 모습이었다.

아내는 미용실에서 곱게 한복으로 갈아입었다. 한복집 사장이 직접 와서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었고, 화장이 조금 진하다며 살짝 고쳐주기도 했다. 그 모습이 마치 내 눈에 어머니처럼,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열 시쯤 예식장에 도착하니 아직 이른 시간이라 한산했다. 우리는 네 명의 가족이 나란히 서서 하객들을 맞이했다. 결혼식은 시작되었고, 신랑 신부는 혼인 서약을 낭독했다. 내 차례가 되어 단상에 올라 성혼 선언문을 읽고, 주례를 대신해 인사를 전했다.

“오늘은 참으로 기쁜 날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귀한 시간을 내어 축하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신랑 신부에게 세 가지 당부를 했다.

첫째, 오늘부터는 서로에게서 덕을 보겠다는 마음을 버릴 것.
둘째, 생각만 해도 즐거운 집을 함께 만들어 갈 것.
셋째, 양가 어른께 성심껏 효도하고 형제자매와 우애 있게 지낼 것.

마지막으로, 오늘의 축복을 마음 깊이 새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 순간, 내가 아들에게 보내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간절했다. 이 모든 순간이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하루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신부 아버지가 단상에 올라 말씀을 하시던 중, 끝내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며,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애틋하고 아픈지, 그 뒷모습에서 모든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결혼식의 마지막은 신랑의 노래였다. 신랑은 신부에게 평생 사랑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노래를 불렀다. 예식장은 잠시 공연장이 된 듯했고, 노래가 끝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그 박수 속에는 모두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사랑과 축복, 그리고 이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아들에게 몇 마디를 건넸다. “결혼식이라는 큰 일도 잘 마쳤지만, 이제부터는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 언제나 사랑과 배려로 가정을 이끌어 가기를 바란다.” 아들에게 보내는 내 마음은 한없이 따뜻하고,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아들, 너는 이제 정말 새로운 시작이다.

그렇게 아들의 결혼식은 따뜻하고도 벅찬 마음속에 마무리되었다. 가족 모두가 함께 만들어간 그 특별한 하루는 아내와 내게도, 아들에게도, 그리고 모든 하객들에게도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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