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맞는 날

불안 속에서 맞은 주사, 그리고 지나온 시간들

by 허정호

코로나 백신 맞는 날

2021년 6월 19일.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백신 접종의 마지막 날이었다.

한 달 전, 컨디션이 영 좋지 않다는 핑계로 접종을 미뤘다. 하지만 오늘은 더 이상 물러설 이유가 없었다. 토요일이라 병원은 북적였고,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매다 결국 장례식장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날의 묘한 기분은, 아마 그때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체온을 재고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접종 신청서를 작성하는 동안, 아내는 원무과로 급히 향했다.

“화이자 없어요?”

돌아온 대답은 짧고 분명했다.

“오늘은 없습니다. 원하시면 연기하세요.”

결국 나만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기로 했다.

상담 의사를 만나 체온을 쟀다. 36.9도. 살짝 미지근한 숫자였지만 “별 이상 없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접종실로 향했다. 천막이 쳐진 공간 안에는 걸상 하나와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 주사를 맞기 전에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맞는 거죠?”

접종을 마치고 ‘11시 20분’이라 적힌 목걸이 명찰을 건네받았다. 15분간의 대기 시간. 모두 명찰을 목에 걸고 앉아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표정만으로 서로에게 말하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초조함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다음 날, 어깨가 무겁고 머리가 멍해졌다. ‘이거 좀 이상한데.’ 타이레놀을 하나 먹었다. 팔은 붉게 부었고 통증은 사흘이나 이어졌다. 다행히 더 큰 부작용 없이 지나갔다.

일주일 뒤, 아내는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접종 예약을 했다. 며칠 후 도착한 문자.

“7월 6일 오전 10시, 종합운동장, 화이자.”

그날 아내는 보호자로 아들 부부를 데리고 같다. 접종장에는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모두 전광판에 뜨는 이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사를 맞은 아내는 씩씩하게 타이레놀을 챙겨 나왔다.

다음 날은 코로나로 세상을 떠난 큰처남의 49재였다. 비는 보슬보슬 내렸고, 아내는 땀을 비 오듯 흘렸다. 결국 제사를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충분한 휴식과 약 덕분에 며칠에 걸쳐 조금씩 회복됐다.

2차 접종을 앞두고는 고민이 많아졌다. 주변에서는 “다 맞았어. 너도 맞아야지”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압박처럼 흘러 다녔다. 결국 8월 3일, 딸이 보호자로 나서 두 번째 주사를 맞았다. 타이레놀도 미리 먹고 대비했지만 이번엔 무릎이 부어 걷기가 힘들었다. 한 달이 지나서야 다시 산책을 할 수 있었다.

나 역시 12주 뒤 2차 접종을 마쳤다. 미열도, 멍함도 없었지만 팔은 일주일간 욱신거렸다.

2022년, 오미크론이 유입되며 세상은 또 한 번 소란스러워졌다. 60세 이상 3차 접종률이 80%를 넘겼지만, 우리는 더 이상 백신을 맞지 않기로 했다. 아들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대문 앞에 두고 갔다. 아들 부부도 이미 한 차례 코로나를 겪은 듯했고, 딸은 “그때 좀 심하게 피곤했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마스크를 단단히 챙긴 채, 코로나를 비겨갈 방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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