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농막에서 건네받은 따뜻한 정
산딸기 한 줌, 매실 한 봉지(2021.6.9)
5월이 접어들며 산책 코스를 바꿨다.
월아산 청곡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체육공원을 거쳐 두방사까지 돌아오는 길이다. 청곡사에서 체육공원까지 600m는 가파른 돌계단과 흙길 오르막이 이어진다. 비가 온 뒤엔 미끄러워 늘 조심해야 하지만, 울창한 나무 그늘 때문에 여름에도 서늘하고 아늑한 길이다.
어느 일요일, 체육공원에서 잠시 쉬다 문득 청곡사 쪽으로 내려가는 다른 길이 눈에 들어왔다. 낯선 길이었지만 한적했고,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드니 시멘트 농로가 이어졌다. 그 길을 따라 내려오니 청곡사가 나왔다. 소란스러움이 없는, 걷는 내내 마음이 가라앉는 길이었다.
농로가 시작되는 지점에는 문이 열린 작은 농막 하나가 있었다. 그 앞엔 덤프트럭과 SUV가 서 있었고, 옆에는 아담한 텃밭이 펼쳐져 있었다. 상추와 고추, 옥수수가 줄을 맞춰 자라고 있었고, 농막 안에서는 라디오 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왔다. 그날 이후로 그 길은 내 산책에 새로운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다음 날, 농막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텃밭을 가꾸고 있었다.
“안녕하셔요.”
인사를 건네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상추 좀 드릴까요?”
“다음에요.”
그렇게 웃으며 지나쳤지만, 그 짧은 인사 한마디가 그 길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6월 초, 매실이 익어가던 날이었다.
농막에서 나오던 사장님이 우리를 보더니 말했다.
“산딸기 좋아하시면 따먹고 가셔요.”
그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농막 뒤쪽 언덕에는 붉게 익은 산딸기들이 가득 달려 있었다. 아내와 나는 좁은 밭길을 따라 산딸기밭으로 들어섰다. 크고 달콤해 보이는 산딸기들이 탐스럽게 매달려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일 백신 접종이 있어서 며칠 집을 비웁니다. 천천히 다 따 드셔요.”
멀리서 볼 때와 달리 막상 먹을 만한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래도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며 하나씩 따 맛보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때 다시 들려온 사장님의 말.
“매실도 좀 드릴까요?”
“고맙지요. 주신다면요.”
산딸기밭 옆에는 굵은 매실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있었다. 사장님은 가지를 잡아당기며 매실을 땄고, 우리도 정신없이 손을 움직였다. 나뭇가지를 부러뜨려가며 딸 때는 마음 한편이 조금 불편했지만,
“며칠 지나면 다 떨어져 못 써요. 오늘 다 따가세요.”
그 말에 괜한 욕심도 따라붙었다.
잠시 후 사장님은 검은 봉투 두 개를 들고 와 매실을 가득 담아주었다. 봉투는 금세 무거워져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했고, 우리는 결국 스틱에 꿰어 아내와 양쪽에서 나눠 들고 내려왔다. 봉투는 걷는 내내 춤추듯 흔들렸고, 우리는 손을 바꿔 가며 매실을 옮겼다.
다음 날, 그 매실은 시골집에서 맑은 물에 씻겨 설탕 이불을 덮었다. 그렇게 세 달을 기다리며 매실 진액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했다.
작은 인사 한마디에서 시작된 따뜻한 정
산딸기 한 줌과 매실 한 봉지가
올해의 여름을 유난히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